[창업1년 성적표]DIY 케이크 숍 ‘단 하나’ 산본점 안혜정 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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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2일 03시 00분


“개업 두달만의 성탄절 대목
밀려드는 손님 예측 못해 쩔쩔
철저한 분업으로 위기 탈출”


《철저한 조사, 만반의 준비. 결연한 의지를 다진 끝에 도전한 창업.
하지만 실제 사업을 하다 보면 당황스러운 일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처음 1년은 작은 문제점 하나까지도 생소해 창업의 최대 고비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주부터 동아일보 창업면은 다양한 업종의 창업 도전자가 창업 이후 1년간 겪은 우여곡절과 극복기를 소개한다.
이를 통해 창업에 도전하는 독자들이 예상치 못한 난관을 대비하고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길 바란다.》

“케이크 숍을 여는 건 예전부터 제가 꿈꿔 왔던 일이었어요.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도 꽤 순조로워서 ‘이게 다 일이 잘되려는 징조다’ 싶었죠. 그런데 막상 가게 문을 여니 생각지도 못한 난관이 왜 그리 많던지…. 특히 최고 대목이라 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는 말 그대로 ‘크리스마스의 악몽’이었어요. 이젠 다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만요(웃음).”

2008년 10월 경기 군포시 산본동 산본역 앞에서 ‘단 하나 케이크’ 산본점을 창업한 안혜정 씨(37·사진)는 지난 1년 6개월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단 하나 케이크’는 고객들이 직접 자신만의 케이크를 만들 수 있게 한 ‘DIY(Do It Yourself·손수 만들기)’ 케이크 전문 숍. 연인의 생일이나 부부의 결혼기념일에 ‘이벤트’ 케이크를 준비하려는 고객들이 늘어나는 트렌드를 노린 신개념 창업 아이템이다.

○ 새로운 도전, 순조로운 출발


“DIY 케이크 숍은 젊은 사람들에게 꼭 맞는 아이템 같았어요. 큰 케이크(3호 사이즈)를 만드는 비용이 2만 원 내외고, 만드는 시간도 1시간 정도면 되거든요.”

점포는 지하철 산본역 3번 출구 바로 앞 11층 빌딩 2층에 열었다. 이 자리는 원래 성인오락실이 있던 곳이었지만 매출 부진으로 점주가 도망간 터라 권리금도 없었다. 건물 사방엔 대형 아파트 단지도 있었다. 일은 술술 풀리는 듯했다. 안 씨는 갖고 있던 돈 3000만 원에 5000만 원을 대출 받아 총 8000만 원으로 35평짜리 매장을 열었다. ‘블루오션형’ 업종인 만큼 주변에 몰려있는 피부관리실이나 네일아트숍과 달리 인근 다른 점주들과도 좋은 사이를 유지할 수 있었다.

○ 이벤트 업종, “대목이 위기였다”


하지만 이도 잠시. 막상 운영에 들어가자 처음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들이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나타났다. 첫 번째 문제는 ‘마케팅’이었다.

“목도 좋고 아이템도 재밌는 만큼 금방 입소문이 나겠지 했어요. 그런데 일이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생각했던 매출 목표에 도달하는 데 3개월이나 걸렸으니까요.”

안 씨는 “당시는 사업 초기라 자금이 없어 홍보비를 따로 잡지 않았다”며 “(조금 부담이 되더라도) 동네에 전단지를 돌리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폈다면 더 빨리 고객들을 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름 제빵이라면 자신 있던 안 씨지만 DIY숍 사장님이 되기엔 솜씨가 부족한 것도 문제였다. “고객들이 케이크를 만들면 케이크에 생크림을 바르는 작업부터 잘못된 점 수정까지 일일이 도와야 하는데 제 속도가 느려서 애를 먹었어요.”

특히 이 문제는 최대 대목인 크리스마스에 절정에 달했다. 매장 운영에 익숙해지기 전에 크리스마스를 맞은 탓에 손님들이 엉망인 케이크를 들고 ‘화를 내며’ 돌아가는 상황까지 빚어진 것이다.

“평소 하루 고객 수는 30명 남짓인데 크리스마스이브 전날인 23일에는 하루에 300명이 몰렸어요. 정말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죠.” 급한 대로 직원 5명을 어렵게 구했지만 직원 교육은 물론 업무 분담도 제대로 안되어 이들도 멀뚱멀뚱 서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케이크에 생크림 바르기부터 계산까지 안 씨 혼자 이리저리 뛰면서 하는 사이 가게를 찾은 절반 이상의 고객들은 불쾌감을 나타내며 매장을 떠났다. 동네에 ‘나쁜 입소문’이 돌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 위기를 기회로, 월 순익 300만 원 이상


‘단 하나 케이크’는 고객들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매장 안의 각종 제빵 재료와 도구를 사용해 직접 케이크를 만들어 볼 수 있는 가게다. 최근엔 특히 10대 소녀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 사진 제공 안혜정 씨
‘단 하나 케이크’는 고객들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매장 안의 각종 제빵 재료와 도구를 사용해 직접 케이크를 만들어 볼 수 있는 가게다. 최근엔 특히 10대 소녀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 사진 제공 안혜정 씨
“이날 경험을 통해 이벤트와 관련된 업종은 특별한 날 고객이 열 배 이상 몰린다는 걸 알게 됐어요. 덕분에 이후 다가온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에는 아르바이트생을 미리 충분히 확보했습니다.”

안 씨는 수정 작업까지 가능한 기술자 1명과 숙련된 아르바이트생 1명, 임시 아르바이트생 1명 등 3명을 미리 뽑아 각자가 맡을 일을 교육했다. 자신은 카운터만 맡았다. 이렇게 분담을 하니 4명이 하루에 몰리는 350여 명의 고객을 충분히 응대할 수 있더라는 게 안 씨의 설명이다.

사소한 것이지만 안 씨의 말투에도 변화가 생겼다. “우리 매장의 주 고객 중 하나는 10대 여학생들이에요. 처음에는 무조건 고객을 존중한다는 생각에 어른에게 하듯 존대를 했는데 영 친해지기가 어렵더라고요. 4, 5개월이 지나고부터 편하게 말을 놓자 절 언니처럼 대하는 단골이 더 많이 생기더군요.”

가게 인기가 입소문으로 퍼져 창업 6개월쯤 지나자 주변에 비슷한 콘셉트의 경쟁사들이 출현했다.

“처음에는 고객이 줄까봐 많이 신경이 쓰였죠. 그런데 두 달쯤 지나고 보니 경쟁력만 갖추면 이런 상황이 더 유리하겠더라고요.”

안 씨는 50여 가지의 케이크 토핑과 특별 쿠키, 초콜릿 등을 준비하고 DIY 케이크 종류를 대폭 늘렸다. 안 씨는 “고객들은 여전히 우리 가게를 찾는다”며 “매월 300만∼800만 원의 순이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전문가 조언
사업 안정됐지만 매너리즘 빠지지 않게 매출목표 30% 더 올리길


DIY 케이크 전문 숍 ‘단 하나 케이크’를 운영하는 안혜정 씨는 지난 1년여간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을 쌓고 경영 노하우를 축적했다. 가게는 점차 안정을 찾아갔지만 경쟁점이 많이 생기면서 또 다른 위기를 겪기도 했다.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다양한 재료를 풍부하게 갖춰 오히려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았다. 이제는 지역 상권 내에서도 단골이 생기는 등 인지도도 높아졌다.

경영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만큼 앞으로는 새로운 성장전략과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이 손에 익으면 자칫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고객관리와 경영을 습관적으로 하기 쉽기 때문이다.

우선 매출 목표를 현재보다 30% 정도 높이는 게 동기 유발에 도움이 된다. 유사 사업자들을 분석하면 현재 안 씨의 매장은 30∼40% 추가 매출 여력을 갖고 있다. 안 씨는 창업 초기에도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입소문을 탔고 지역 상권 내 유명업소이기 때문에 고객들이 자신의 매장을 거의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한 번도 안 씨의 매장을 방문하거나 체험하지 않은 고객도 많다.

이 점을 공략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다면 추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고객의 70%는 중고교생들이다. 안 씨의 아이템이 초·중등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사업이므로 인근 학교를 중심으로 판촉을 벌이는 게 좋다. 적극적으로 홍보 활동을 펼치면 특별 이벤트를 원하는 단체 고객도 유치할 수 있다. 가족 단위나 젊은 남성 고객도 새로 확보할 수 있는 고객층이다.


안 씨는 처음에는 가족과 개인적인 성향을 반영해 일요일에는 영업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평일 30팀, 주말이면 50팀이 넘는 고객이 방문하는 가게의 특성상 일요일에 영업을 하지 않으면 매출에 타격이 컸다. 매출뿐만 아니라 매장을 찾은 고객이 발길을 돌려야 하는 일도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현재는 일요일에도 영업을 하고 있는데, 주말에는 아르바이트생에게 매장을 맡기고 완벽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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