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1년 성적표] 서울 대치동 샤부샤부전문점 ‘정선채’ 김정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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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6일 03시 00분


“강남 요지에 개업했지만 고만고만한 맛으론 한계… 식자재 공장 차려 맛 차별화”
“직접 만든 면발-소스… 쫄깃함-신선함 입소문”

《점포 입지가 좋으면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좋은 상권(商圈)일수록 경쟁이 치열해 만만히 봤다가는 그냥 주저앉을 가능성이 높다. 샤부샤부 전문점 ‘정선채’의 김정선 대표(41·사진)는 최고의 입지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오피스타운에 가게를 연 후 한동안 매출이 부진해 고생했다. 그는 침체의 원인을 찾다가 ‘다른 점포와 다른 점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문제임을 깨닫고 식자재 공장 설립, 새로운 메뉴 개발, 예약제 실시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며 가게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 10년차 주부, 혼자 창업 나서

김 대표는 대기업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다가 결혼 후 10년 동안 전업주부로 있었다. 자녀들이 어느 정도 크면서 사회활동을 다시 하고 싶었다. 경력이 단절된 탓에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창업하기로 했다. 음식 만들기를 좋아해 외식업을 염두에 두고 여러 가지 프랜차이즈 사업설명회에 참석하며 업종을 탐색했다. 그러고는 참살이 시대에 유망하리라는 판단으로 샤부샤부 전문점을 선택했다.

대치동 사무실 밀집지역에 있는 한 빌딩 1층에 270m²(82평) 규모의 매장을 얻었다. 가게를 구하는 데 보증금 2억5000만 원, 권리금 1억5000만 원 등 총 4억 원이 들었다.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 대치동에서 가장 좋은 위치라고 생각해 과감히 투자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열 계획이었지만 창업자금 5억 원 중 4억 원을 써버려 남은 돈으로는 가맹비와 교육, 인테리어를 맞추기가 어렵다고 보고 직접 창업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가게 이름을 자신의 이름에 ‘채’자를 붙여 ‘정선채’로 하고 2008년 10월 문을 열었다.

○ 하루에 100만 원 벌기도 힘들어


프랜차이즈가 아니었기 때문에 상호부터 직원 채용, 메뉴 구성, 인테리어까지 전부 혼자 결정해야 해 창업이 두 배 이상으로 힘들었다. 무엇보다 매출이 오르지 않아 걱정이었다. 하루 100만 원 벌기도 힘들었고, 주말에는 20만 원까지 떨어졌다.

김 대표는 소문난 샤부샤부 전문점을 돌아다니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분석하기 시작했다. 결국 문제는 ‘차별화’였다. 그는 “샤부샤부는 ‘맛집’을 찾는 사람들이 먹는 음식인데 우리 가게가 다른 가게보다 특별히 맛이 뛰어나지도 않았다”며 “일단 가게 주변에 있는 두 곳의 경쟁점보다 맛있는 샤부샤부를 만들자는 생각부터 했다”고 말했다.

승부수는 면발과 야채의 신선도에 있었다. 쫄깃쫄깃한 면발을 만들기 위해 서울 송파구 송파동에 100m²(30평) 규모의 식자재 공장을 열었다. 투자비는 6000만 원이 들었다. 용지 보증금 1000만 원, 시설투자비(저장고 및 제조시설)에 2000만 원, 인테리어에 3000만 원 등이다.

2명의 직원을 채용해 면을 뽑고 소스를 만들었다. 직접 만든 면발은 샤부샤부 전문점에서 사용하는 상용화된 면보다 쫄깃해 조금씩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김치와 육수도 식자재 공장에서 직접 만들고, 소스는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았다.

또 경기 양평군의 유기농 채소 농장에서 적겨자, 청겨자, 치커리 등 질 좋은 샤부샤부용 채소를 선구매 계약을 통해 확보했다.

점포 입지로는 최고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 거리에 음식점을 열어도 경쟁력이 없으면 파리만 날릴 수 있다. 샤부샤부 전문점 ‘정선채’의 김정선 대표는 ‘쫄깃한 면발’과 ‘신선한 채소’ 등 맛의 경쟁력을 얻기 위해 1년간 고군분투했다. 사진 제공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점포 입지로는 최고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 거리에 음식점을 열어도 경쟁력이 없으면 파리만 날릴 수 있다. 샤부샤부 전문점 ‘정선채’의 김정선 대표는 ‘쫄깃한 면발’과 ‘신선한 채소’ 등 맛의 경쟁력을 얻기 위해 1년간 고군분투했다. 사진 제공 한국창업전략연구소
○ ‘속전속결 11시 반 예약제’ 실시

오피스 상권의 특성상 손님이 점심시간에 몰리는데, 이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필요했다. 샤부샤부는 테이블 회전율이 낮은 음식 중 하나다. 그러나 매장을 찾아온 손님들과 이야기해 보니 식사를 빨리 마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상당수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손님을 고려해 11시 30분 예약제를 도입했다. 미리 예약을 하면 식사 준비 시간이 따로 필요 없기 때문에 그만큼 식사를 빨리 마칠 수 있다.

예약제를 시행한 이후 테이블 회전율이 1.5회에서 2.5회로 늘었다. 11시 30분부터 식사를 하니까 1시 30분까지 테이블당 손님 2.5팀을 받을 수 있게 된 것. 점심시간 매출은 기존 80만 원에서 120만 원까지 늘어났다.

또 주말과 휴일에 손님이 별로 없다는 점도 고민이었다. 김 대표는 가격 할인과 마케팅을 통해 이 문제를 극복했다. 주말에 오는 고객에게는 메뉴 가격을 할인해 줬고 인근 교회에서 전단지를 배포하며 가게 이름을 알렸다. 조금씩 주말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평균 20만 원에 그치던 토요일 매출이 10월에는 80만 원으로 급증했다.

김 대표는 이제 평일 저녁 매출을 끌어올릴 방법을 고민 중이다. 우선은 안줏거리 메뉴를 좀 더 개발해 볼 생각이다. 지난해 8월 저녁 메뉴로 ‘월남쌈 샤부샤부(라이스페이퍼에 야채와 고기를 싸먹는 것)’를 내놓았는데, 연말쯤 되자 저녁 매출이 50만 원에서 100만 원 수준으로 늘었다. 김 대표는 “조개찜이나 해물찜이 안줏거리로 가장 적당한 것 같다”며 “식자재 공장에서 조리법을 개발해 올 6월쯤 선보일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전문가 조언
“블로그-인터넷 카페 활용해 주말 가족고객 늘리길”


정선채의 매출은 현재 평일 250만 원, 주말 80만 원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주변 상권 및 입지 여건이 좋기 때문에 매출을 좀 더 높일 수 있다.

가장 큰 과제는 주말 매출을 올리는 것이다. 우선 새로운 마케팅 기법과 고객 서비스 도입을 검토해 보아야 한다. 상권 자체가 오피스 거리이기 때문에 주말 매출을 올리는 데 한계는 있지만, 유기농 야채와 월남쌈 샤부 메뉴는 차별화된 경쟁요소가 되므로 주말에도 가족 단위 고객을 끌 수 있다.

우선 블로그 및 인터넷 카페를 통해 마케팅을 활성화하는 것을 권한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는 고객을 대상으로 홈페이지를 만들고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마케팅을 할 때는 최근 트렌드로 부각되는 ‘웰빙’ ‘유기농’ ‘월남쌈’ ‘샤부샤부’ 등의 키워드로 매장이 검색될 수 있도록 하자. 강남 지역 거주자들을 좀 더 광범위하게 확보하면 주말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창업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으므로 고객 서비스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음식 맛 못지않게 ‘정성스러운 서비스’가 중요한 성공 요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매장은 여성 고객 비중이 높아 고객을 배려하는 다양한 ‘감성 고객 응대 서비스’를 도입해 볼 만하다. 인근에 단골 및 고정 고객이 많으므로 문자 마케팅 등을 활용해 고객 관리를 강화하는 것도 좋다.


샤부샤부 전문점은 특성상 저녁 매출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다. 저녁에 술안주를 겸한 일품요리를 강화하는 것도 매출 증대 방법 중 하나다. 샤부샤부 전문점이라는 주제에 방해가 되지 않는 샤부 해물탕이나 조개찜 등은 원자재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메뉴이므로 고려해 볼 만하다. 김정선 대표는 남다른 기업가 정신으로 직접 유기농 면과 소스를 만드는 작은 제조장을 갖췄는데, 이에 따른 운영비가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개인 매장으로서는 쉽지 않은 선구매 조건으로 유기농 야채를 안정된 가격에 공급 받고 있다.

따라서 제조시설 운영에 따른 고정비 부담을 줄이고, 거래처에서 안정적인 가격으로 원재료를 수급하기 위해서는 직영점을 늘려 나가거나 노하우 전수를 통한 창업 교육을 실시하면서 가맹점을 확보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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