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1년 성적표] 영어놀이 ‘아토리’ 서울 목동점 최미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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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6일 03시 00분


관심만 갖고 안되는게 사업 ‘평범한 진리’ 수개월 걸려 깨쳐…
체험학습 마케팅으로 위기탈출

유아교육에 대한 관심만으로 준비 없이 영어유치원 창업에 도전했다가 고전한 최미라 씨(가운데)는 사전 조사와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씨는 단순한 영어 유치원대신 영어에 미술을 접목한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택했다. 또 매달 한 번 학부모를 초청해 적극적으로 체험학습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사업 기반을 안정적으로 다졌다. 사진 제공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유아교육에 대한 관심만으로 준비 없이 영어유치원 창업에 도전했다가 고전한 최미라 씨(가운데)는 사전 조사와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씨는 단순한 영어 유치원대신 영어에 미술을 접목한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택했다. 또 매달 한 번 학부모를 초청해 적극적으로 체험학습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사업 기반을 안정적으로 다졌다. 사진 제공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워낙 교육열이 높아 잘할 자신이 있었죠.” 네다섯 살 또래의 자녀 둘을 키우던 최미라 씨(35·여)는 자녀 교육에 관심을 갖다가 덜컥 유아교육 사업에 도전했다. 4∼10세 유아를 대상으로 한 영어놀이학교 ‘아토리’를 지난해 8월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관심이 많은 것과 사업을 하는 건 별개’라는 걸 깨달았다.

최 씨는 꽤 오랫동안 고전했다. 회원 100명을 목표로 뛰어들었지만 30명으로 버티기를 수개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전략적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그 결과 창업 1년이 지난 현재 목표 이상의 흑자를 내고 있다.》

막연한 기대감으로 첫출발

최 씨는 시작부터 불안하게 첫 단추를 끼웠다. 영어놀이방, 영어유치원 등 조기영어교육이 인기를 얻자 지난해 3월 영어유치원 프랜차이즈와 가맹계약을 맺었다. 막연히 전망이 밝을 것이라 생각했을 뿐 시장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계약을 체결한 뒤에야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때서야 영어유치원을 열기로 했던 목동의 교육 환경을 알아보러 나섰다. 막상 조사를 해보니 비슷비슷한 교육기관이 많고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차별성이 없어 그대로 진행했다가는 실패를 피할 수 없겠다는 결론을 내게 됐다. 당시 시점은 점포 구입비로 5000만 원, 인테리어 비용으로 1억 원을 지출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인터넷을 통해 아토리를 알게 됐다. 일반 영어유치원과는 달리 미술과 놀이 과정에 영어를 접목한 영어놀이학교였다. 주 1회 수업에 과목당 월 수강료는 15만 원. 일반 유치원을 다니는 어린이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특히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최 씨의 이력과 잘 맞았다.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을 과감히 포기하고 아토리 가맹점 계약을 추진했다. 본사에서 인테리어를 강제하지 않아 점포 구입비와 인테리어 비용을 제외하고 가맹비와 프로그램비 2200만 원, 초도물품비 550만 등 추가로 2750만 원을 더 들였다.

○ 홍보 부족으로 적자 누적

시작부터 한바탕 홍역을 치렀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영어교육에 미술을 접목한 차별성 때문에 큰 노력 없이도 회원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는데 결과적으로 큰 오산이었다.

“미술 활동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라 창의력, 감성지수, 영어교육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어 우리 애들에게도 꼭 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른 엄마들도 비슷한 마음일 거라 생각하고 안일하게 대응한 게 문제였죠.”

실제 운영을 하면서 아무리 상품이 좋아도 제대로 알리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걸 체득했다. 정규 오픈일을 7월로 잡고 5월부터 원아를 모집했지만 2개월간 모은 회원은 30명 선에 그쳤다. 신생 브랜드인 데다 미술과 놀이 활동을 하면서 영어를 가르친다는 개념을 학부모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오전이나 오후 시간 내내 다니는 일반 유치원과 달리 단과학원처럼 일주일에 한두 과목을 수강하는 방식도 생소하게 여겼다. 학부모 설득에서 벽에 부닥친 셈이었다. 손익분기점인 회원수 30명으로 몇 달을 버텼다. 하지만 사업체를 변경하면서 수십 개 교육 프로그램의 장단점을 모두 검토했기 때문에 회원이 늘지 않아도 사업성에 대한 자신감은 흔들리지 않았다.

○ 체험학습 마케팅으로 승부수

최 씨는 마케팅을 전략적으로 펼쳤다. 본사와 상의해 ‘체험학습’ 마케팅을 시작했는데 그 효과가 기대 이상이었다. 학부모와 아이들을 학원으로 초청해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한 뒤 가입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더니 회원수가 눈에 띄게 늘기 시작한 것.

예상보다 좋은 반응을 얻자 체험학습 마케팅을 월 1회로 상설화했다. 매월 50만 원의 마케팅 비용도 따로 책정했다. 아파트 게시판에 체험학습 광고를 내고 주민들이 자주 찾는 대형마트에 할인쿠폰도 비치했다. 홍보 효과는 즉각 나타나 체험학습 날에 50명 이상의 학부모가 학원을 찾았다. 최 씨는 “서비스 상품이 경쟁력이 있다면 백번 말하고 설명하는 것보다 한 번 체험해 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터득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존 회원들의 높은 만족감도 한몫했다. 목동은 특히 교육열이 높은 지역이라 입소문도 빨리 퍼졌다. 연말이 되자 30명이던 수강생이 60명으로 늘었다. 적자도 흑자로 돌아섰다.

체험학습 마케팅 덕분에 상담 업무에 쏟는 시간도 줄일 수 있게 됐다. 보통 한두 명을 상대로 1시간 이상 상담을 해야 하는데, 체험학습을 실시하니 같은 시간에 50명을 상대할 수 있었다. 종일 시간을 투자하던 상담 업무에서 해방되자 최 씨는 매장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썼다. 가장 먼저 개선한 것은 학원 내 안전시설. 뾰족한 책상 모서리에는 안전 클립을 설치하고, 딱딱한 계단 손잡이는 고무 재질로 바꿨다. 그리고 원아와 교사 관리 등 학원 경영에 시간을 쏟았다. 최 씨는 학원을 시작한 지 1년째인 현재 100명의 회원을 유지하며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 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 전문가 조언
경쟁 치열한 교육사업 커리큘럼 못지않게 학부모 관리도 중요


자녀를 키우는 주부들에게 교육사업은 인기 업종이다. 거주지 가까이에서 창업할 수 있고 자신의 자녀 교육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말에도 쉴 틈 없는 외식업과 달리 교육사업은 여느 직장인처럼 평일과 주말을 나눠 쓸 수 있다.

업종 전망이 밝고 장점도 많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학부모, 학생, 교사 관리 및 교육 프로그램에 경쟁력이 없으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영어놀이학교 ‘아토리’ 목동점을 운영하는 최미라 씨 역시 사업 초기에 생소한 사업모델을 고객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그 뒤 고객만족, 체험 마케팅 기법을 통해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최 씨의 경우 학원 규모가 198m²(약 60평)인데 최대 모집가능한 원아 수가 150명이다. 이 때문에 150명이 될 때까지는 지속적인 회원 증대 노력이 필요하다. 최 씨 학원을 다니는 원아들은 대부분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다. 그래서 유치원 교육 시간인 오전에는 수업을 듣는 원아 수가 적다. 이 점을 활용해 유치원을 다니지 않는 나이의 아이들을 겨냥해 특별반을 모집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기존 유치원에 없는 프로그램이 많다는 점을 활용해 유치원과 제휴한 특별활동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시간대별 가동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신입 회원을 늘리는 것 못지않게 1년 동안 쌓은 명성과 기존 회원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 씨의 사업은 요리, 그림 그리기, 문화활동 등 여러 가지 코스가 1년 단위 프로그램으로 개발돼 있는데 기존 회원들이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다니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쟁이 치열한 사업 환경에서 회원 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학부모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원아들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자녀 의견보다 학부모 의견이 더 위력적이다. 원아들의 교육 활동이나 성과를 기록하고 이를 학부모들에게 제시해 아이들이 달라지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일반 유명 학원들처럼 학부모를 대상으로 유아교육 강좌나 특강을 정기적으로 마련하면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 관리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포인트다. 최 씨는 4명의 교사를 두고 있는데, 교사들의 자기 계발을 지원하고 교사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도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고려해야 할 과제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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