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상권 믿고 덜컥 인수… 매출 들쭉날쭉…
빵 절반 버리기도… 강의시간 등 따져가며 분석했죠
《 기존 점포를 인수해 같은 업종으로 창업하면 신규 창업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인테리어공사, 설비, 직원 채용 등 번거로운 일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장사가 잘되는 것 같다고 덜컥 점포를 인수했다가는 보이지 않았던 변수들 때문에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윤명근 씨(38)도 이런 시행착오를 겪은 창업자다.
중견 건설업체 정직원이었던 윤 씨는 원자재 파동을 겪으며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를 겪다가 창업을 결심했다.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베이커리 창업이 최대 관심사였다. 》 회사를 그만둔 지 반 년쯤 지나 부모님 지인이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후문에서 1년간 운영하다 개인 사정으로 내놓은 빵집을 알게 됐다. ‘대학 부근이니 당연히 장사가 잘될 것’이라 기대했던 윤 씨는 2008년 10월 3억5000만 원을 들여 50m² 규모의 이 베이커리를 인수해 뚜레쥬르 고대안암점을 차렸다.
○ 상권 분석 없는 창업…재고와의 전쟁
매출은 이전 빵집처럼 높았다. 윤 씨도 초기부터 매출 부진을 겪지 않았기 때문에 운영을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계산 착오였다. 매출은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재고 관리가 문제였다. 상권 특성을 모르고 점포를 인수한 탓이었다. 방학과 학기 중 매출이 달랐고, 학교의 각종 행사나 시험 기간의 편차가 커서 판매량을 가늠할 수 없었다.
“제빵사 2명을 고용해서 하루에 두세 번씩 빵을 만들어도 판매량이 높은 빵과 낮은 빵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어요. 버려지는 빵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다음 날은 전날 버려진 빵의 생산량을 확 줄여보기도 했다. 전날의 경험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면 재고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그러나 생산량을 줄인 빵에 단체주문이 몰리면서 급히 빵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빵의 생산량이 예측되지 않자 갑자기 빵을 만들어야 하는 제빵사들 역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제빵사들은 오전과 오후로 나눠 두 번 정도 빵을 만들고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윤 씨 매장에서는 이런 규칙이 지켜지지 않아 그만두는 직원이 생겼다.
창업 두 달 만에 방학을 맞자 혼란은 더욱 커졌다. 고군분투 끝에 학기 중 재고량은 어느 정도 산정할 수 있게 됐는데, 비수기인 방학의 수요와 공급은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학기 중에는 제빵사 2명과 서비스 직원 4명이 일을 했는데 방학 중에는 매출이 30% 정도 떨어져 일손도 남아돌았다. ○ 본격적인 재고 관리로 수익 상승
윤 씨는 대학가 상권에 맞춰 재고량과 인력구조를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2009년 1월 개강에 대비해 본사에 ‘다른 대학가 상권 매장의 재고 관리 노하우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본사 슈퍼바이저는 “대학가 행사에 주목하고, 요일별로 고객의 유입량을 일일이 조사해 생산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빵이 모자라더라도 하루 1, 2회 정해진 시간에만 생산해야 인력 관리가 수월하다고 했다.
윤 씨는 성수기와 비수기로 나눠 요일별 고객 특성을 엑셀 시트로 정리해 규칙을 찾기로 했다. 학기마다 수업 시간이 달라지는 점도 고려 대상이었다. 학교 앞 빵 판매는 간식보다는 식사 개념이라서 연달아 있는 강의시간이 많은 날에는 아침에 식사용으로 빵을 사는 대학생 고객이 많았다.
“학과별 시간표를 일일이 알 수 없기 때문에 매 학기가 개설된 뒤 한 달간 수요량 예측에 시간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기로 했어요. 지금도 이를 지키고 있죠.”
재고 관리에 힘을 쏟으며 한 학기를 거치고 나니 화, 수, 목요일에 빵 판매량이 많다는 점, 학교 축제 때는 빵보다 케이크 판매량이 높다는 점을 파악하게 됐다. 80% 이상 판매량을 예측할 수 있게 되면서 재고가 줄자 수익률이 3% 정도 올랐다.
초기엔 베이커리 운영과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를 병행했던 윤 씨가 운영에만 전념하면서 인력 관리에도 변화가 생겼다. 제빵사와 아르바이트를 1명씩 줄여서 인건비를 줄였다. 그렇다고 남은 직원들의 노동 강도가 세진 것은 아니었다. 제빵사는 하루에 한 번만 빵을 만든 뒤 오후 2∼3시면 퇴근하도록 했다. 재고량을 파악하지 못했을 때에는 제빵사 2명이 수시로 빵을 만들었고, 오후 7∼8시에야 퇴근했던 것과 크게 달라진 것. 매장 상주 시간이 늘어난 윤 씨도 진열, 청소, 빵 배달을 분담했다.
창업 초기 인력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던 윤 씨는 일단 고용한 직원이 장기근속하도록 노력을 하고 있다. 늘 웃는 얼굴로 대하고, 퇴근할 때 빵을 가져갈 수 있도록 배려한다. 그 덕분에 2009년 초에 채용한 직원들은 지금까지 함께 일하고 있다.
안정기에 접어든 윤 씨는 현재 매장을 10년 이상 운영하면서 꾸준히 재투자와 리뉴얼을 할 계획이다. 투자비를 회수하면 점포 한 곳을 더 낼 계획을 갖고 있다. 윤 씨는 “지금은 대학생 고객이 80%이기 때문에 성수기와 비수기의 매출 차이가 큰 편이지만 향후 이 상권에 3000채 이상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복합 상권에 맞춰 매출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전문가 조언 “식사 거른 학생들 위해 세트메뉴 개발 해봄직”
신규 창업이든 기존 점포 인수든 창업을 하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 창업자를 힘들게 한다. 특히 요일별, 계절별로 나타나는 매출 편차와 재고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직장인 출신 초보 사업가인 윤명근 씨는 안정적인 매출만 기대하고 무작정 기존 점포를 인수했다가 상권 특성을 예측하지 못해 재고 문제로 곤혹을 치른 경우다.
윤 씨는 지난 1년간 철저한 매출 분석을 통해 재고 관리와 생산량 관리에는 어느 정도 안정을 이뤘다. 다만 투자비가 적지 않은 만큼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매출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크림케이크 판매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케이크 중 본사에서 완성품을 공급받는 버터케이크는 마진이 30∼35% 내외지만, 매장에서 직접 생산하는 생크림케이크는 마진이 45∼55% 내외로 높은 편. 따라서 여학생 고객을 타깃으로 예쁜 디자인의 생크림케이크를 만들고, 여학생에게 인기를 끌 만한 ‘특수 커팅 칼 제공’, ‘특별한 메시지 써주기’ 등의 이벤트를 펼쳐 생크림케이크 판매량을 높인다면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식사 대신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많으므로 세트 메뉴를 적극적으로 개발해서 공략할 필요가 있다. 아침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끼니를 챙기지 못하고 등교하는 경우가 많다. 윤 씨 매장은 커피를 취급할 수 있는 반카페형 매장으로 좌석이 8개 있다. 브런치 메뉴를 세트로 만들어 저렴한 가격에 한정 공급한다면 추가 매출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 외에도 스탬프 도장 등을 활용하여 고정 고객을 확보하는 것도 권장된다.
아울러 윤 씨는 지난 1년간 업무 피로가 많이 쌓여 있으므로 인력 조정을 통해 쉴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 매출이 지금보다 늘면 매니저를 둘 수 있고 윤 씨의 노동 강도를 낮출 수 있다. 윤 씨는 매장을 추가로 더 내고 싶어 하는데, 이 또한 매출이 오르고 믿을 수 있는 매니저를 확보해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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