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코리아/알란 팀블릭]외국인 100만명 시대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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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3일 03시 00분


전 국민을 흥분의 도가니에 빠지게 했던 밴쿠버 겨울올림픽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모든 한국의 선수, 다들 얼마나 열심히 뛰어주었던가!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각국의 메달 집계현황을 볼 때마다 벅차오르는 감동과 자긍심을 감추지 못했다.

수십 년 한국에서 지내며 또 한국을 사랑한 나 또한 그들과 함께 선수들의 숭고한 올림픽 정신에 박수와 응원을 보내며 승리할 때 기뻐하고 넘어질 때 실망하고 또 분개했다. 심지어 올림픽 시작 첫 주, CNN 홈페이지에 한국의 메달 현황이 잘못 기록된 사실을 발견하고는 직접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었다. 올림픽이 끝난 후, 나는 일종의 강력한 애국심이 대한민국 전반에 퍼져 있음을 느꼈다.

누군가가 내게 말했듯이 예상치 못했던 엄청난 큰일이 우리의 김연아에게 생겨 금메달을 못 땄으면 어쩔 뻔했는가? 경제가 마비되기라도 했을까? 코스피가 끝을 모르고 떨어졌을까? 온 나라가 침체기에 빠져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곤두박질치기라도 했을까? 우리 모두가 현실을 다소 왜곡하며 진정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잊어버리는 일종의 과잉반응이나 흥분을 겪은 것인가?

내 편 목청 커지는 올림픽, 월드컵


이즈음 해서 나는 올림픽 정신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그건 세계 최고의 운동선수들이 개인의 기록 향상과 목표를 위해 서로 경쟁하고 또 승리하려는 것이다. 오늘날의 올림픽은 개인의 의미보다는 나라를 대표하는 대변인으로서의 선수가 모이는 경쟁의 장이 되어버린 것이 현실이다. 무조건 우리나라가 이겨야 좋은 것이고 다른 나라가 이기면 절대로 안 되는 그런 올림픽이 됐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일종의 국가 간 경쟁의 형태가 됐다. 이런 모습이 아닌 진정한 스포츠 정신으로 경쟁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사람들은 가끔 내게 월드컵에서 한국과 영국이 서로 겨룬다면 과연 내 아들들은 어느 나라를 응원할 것 같으냐고 묻는다.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일지, 아니면 아버지의 나라이자 그들이 태어난 영국일지. 내가 생각해도 참 흥미로운 질문이 아닐 수 없다. 모르긴 몰라도 한 가지 분명한 건 어느 누구도 가만히 중립을 지키고서 앉아 있진 않으리라는 점이다. 광란의 도가니일 축구경기에서 중립을 지키고 앉아 있다는 건, 불가능할뿐더러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일 테니까. 단지 그런 곤란한 상황이 생기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바로 정체성이다. 우린 과연 누구인가? 인간으로서 우린 다양한 능력과 또 나름의 개성을 지닌 존재이다. 그렇다면 그 각각이 어느 나라 여권을 소지한 어느 나라 국민인지가 과연 얼마나 중요할까? 그리고 이것은 요즘 엄청난 증가 추세에 있는 한국 내의 귀화시민에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는 그 나라에서 태어난 시민(국민)을 단지 적군과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로 가두어 버렸다. 귀화한 많은 일본인이 이런 이유로 전쟁기간에 억류됐었다.

한국에는 우리라는 말이 있다. 나의 가족과 직장동료, 학교친구 그리고 특히 우리나라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난 가끔 TV 기상캐스터가 “∼우리나라 전역에 비가 내릴 것으로∼”라는 말을 할 때면 혼자 웃곤 한다. 우리라는 말에는 다른 사람에게 일종의 소속감을 느끼게 해 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한 그룹을 우리라 칭한다면 ‘우리가 아닌 사람’은 어떻게 되는가? 우리의 조건에 맞지 않는, 제외된 사람 말이다. 이는 한편으론 차별의 의미를 지니게도 된다고 하겠다. 한국이 이미 100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사는 세계적인 나라가 된 지금,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우리가 아닌’ 사람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 내의 ‘우리가 아닌’ 사람을 향한 관용과 수용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때이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사상가나 철학자는 많은 경우 고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전성기를 맞았다. 아인슈타인 에라스무스 루소, 그리고 심지어 성 패트릭도 이민자였다. 그 나라에서 ‘우리가 아닌’ 사람이었던 것이다.

‘우리 밖의 우리’는 새로운 힘


내가 말하고자 하는 점은, 새로운 이민자는 우리에게 엄청난 이득일 수 있고 기회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반드시 그들이 토착민에게, 또 토착문화에 새로운 무언가를 심으려는 침략자일 필요는 없다는 거다. 무언가를 대체하기 위한 그런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동등한 그런 존재일 수 있다는 거다. 그들을 환영하고 수용함으로써 그들이 진정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알란 팀블릭 서울글로벌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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