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코리아/알란 팀블릭]아직 보여줄 것 많은 한국의 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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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8일 03시 00분


학창시절 학교에서 내가 했던 운동은 조정이었다. 난 어려서부터 눈과 손을 함께 사용해야 하는 운동, 예를 들면 공을 사용하는 운동이라든지 발차기, 던지기, 부딪치기 같은 운동을 잘하지 못했다. 조정은 다소 다른 개념의 신체적 기술을 필요로 하는 운동이다. 한국에선 그다지 유명하지 않고 할 만한 장소가 없다. 한강을 따라 미사리에 땅을 파서 조정을 하기 위한 곳을 만들어 놓긴 했으나 지금은 가족나들이를 위한 오리배로 가득 차 있다. 몇몇 대학에서 조정경기를 하지만 TV에선 전혀 방영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렇게나 알려지지 않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조정은 순수한 육체적 힘, 그리고 힘의 완벽한 균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운동이다. 가장 유명한 연중 경기로는 영국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의 경기이다. 조정경기 자체는 182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에서는 수백만 명의 TV 시청자가 관람하는 경기이다. 조정용 보트는 아주 가볍고 부서지기 쉬우며 또 길고 물과 아주 가깝게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8명의 노 젓는 사람이 일렬로 앉아 각각 선체에 고정된 노(약 3.5m)를 젓는다.

노를 저어 배를 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뒤로 돌아앉아 노를 저으며 배를 당기며 가므로 마지막 아홉 번째 선수(콕스·cox)는 선미에 앞을 향해 앉아 방향케이블을 잡고 배의 키를 조정한다. 콕스는 배의 추진력과는 무관하므로 가능하면 가벼운 사람이 맡지만 나머지 노를 젓는 선수는 올림픽 출전 기준으로 신장 2m에 몸무게 102kg까지 가능하다.

수상스포츠 등 활용도 낮아

훌륭하게 노를 젓는 선수는 완벽한 신체조건을 갖추고 있다. 스태미나는 물론이고 타이밍과 균형감각도 아주 뛰어나 완벽한 조화 속에서 동료와 함께 노 젓기가 가능해야 한다. 선수들은 앞뒤로 움직이게 되어 있는 좌석에 서로의 뒤에 일렬로 앉아 온몸의 힘을 실어 물살을 가르며 노를 젓는 데만 집중한다.

20여 년 전에 나는 4명 모두가 보트를 보유하고 있는 ‘한강 외국인 조정팀’에 가입한 적이 있었다. 너무나도 즐거운 시간이었고 신체단련에도 아주 유용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강을 끼고 있는 다른 나라의 도시와는 다르게 20년이 지난 지금도 한강에선 건강하고 멋진, 단련된 몸으로 노를 젓고 있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한국은 호수 저수지 강 등 여러 종류의 멋진 수로를 지닌 나라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수상스포츠가 그리 발달하지 않았다. 수로뿐만 아니라 수많은 섬이 만들어내는 멋진 환경도 크루저 등의 (레저)산업을 조성하기에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조건이라 하겠다. 물론 정박지를 건설하려면 여러 가지 계획과 시설이 필요하겠지만 그런 시설에 사람이 많이 모이고 레저활동이 가능하게 된다면 얼마나 건설적인 일이겠는가.

몇 년 전 스톡홀름에 살 때 요트 한 척을 소유했다. 스웨덴의 여름은 무척 짧은 편이었으나 아내와 나는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수백 km에 이르는 발트 해 연안의 군도지역에서 보냈다. 대부분의 스웨덴 젊은이는 항해 기회를 어렵지 않게 가진다. 물론 이런 해상스포츠는 부유층의 여가생활로 여겨진다. 그림엽서에서나 볼 법한 바위와 섬이 가득한 바다를 바람과 프로펠러의 힘으로만 항해를 하기 위해서는 꽤 노련한 기술이 필요하다. 아마도 이러한 이유로 마니아들은 디젤엔진으로 모터를 돌려 키만 움직이면 되는, 또 동시에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는 모터가 달린 크루저를 그렇게나 싫어하는 것이 아닐까.

한국에서 논란이 많은 4대강 사업의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이 있다. 한국의 강은 수세기에 걸쳐 산지에서 씻겨 내려온 침전물이 많이 쌓여 전반적으로 수심이 낮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만이 전부는 아니다. 인간이 경작을 위해 산에 있던 나무를 베어버려 산을 헐벗게 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산림화작업으로 많은 산이 다시금 나무로 덮이고 강의 수위도 높아졌다.

보호하면서 이용할 길 찾았으면

반도라는 지리적 특징으로 인해 한국은 전통적으로 어업이 발달하였을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물과 바다와 연관이 많았다. 내륙은 3% 미만만이 물로 덮여 있다. 참고로 스웨덴은 9%, 그리고 네덜란드는 18%이다. 자연보호를 목적으로 수자원의 발전을 자제하는 일도 무척 중요하긴 하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수자원의 발전 정도가 아직은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자연을 해치지 않으면서,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수자원을 적극 개발하고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지금보다 더 많이 고민하면 좋겠다.

알란 팀블릭 서울글로벌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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