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코리아/마틴 유든]서울의 날씨에서 보는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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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일 03시 00분


올 들어 나타나는 서울의 이상한 날씨에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국 근무가 세 번째이지만 폭우가 이렇게 쏟아지는 현상은 처음 보는 광경이다. 지난주 수도권에서는 102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고 이로 인해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추석 연휴기간에만 1만4000가구가 침수되고 인명피해까지 발생한 일은 정말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고온다습한 여름과 기록적인 강추위가 기승을 부린 겨울까지 이전에도 한국의 날씨는 이상한 기후현상이 나타났다.

많은 한국 사람은 극한 날씨의 원인이 기후변화라고 말한다. 날씨와 기후시스템의 복잡한 상관관계로 과학자조차 한국 날씨의 이상현상이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단정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계속 상승하는 지구 온도 때문에 날씨 패턴에 변화가 생기고 이에 따라 극한 날씨의 빈도와 강도가 더욱 강해졌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기후변화 문제가 더 악화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은 9월 27일 뉴욕 외교위원회에서 기후변화를 주제로 연설을 했다. 헤이그 장관은 연설에서 “기후변화 해결에 실패하면 이는 유엔과 영국이 추구하는 가치에 반하게 되고 국가 간 신뢰를 와해시키며 자원 경쟁을 심화시켜 협력의 정치적 여지를 축소시킨다”고 강조했다.

당장의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안보는 위협받게 되고 경제는 약화될 것이다. 가장 취약한 빈곤층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것이다. 헤이그 장관이 강조했듯이 국제사회가 설정한 새천년개발목표는 기후변화 해결 없이는 꿈에 불과하며 기후변화 해결에 실패한다면 지난 10년간의 노력이 모두 헛되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영국은 변하고 있다. 일례로 영국은 전력망을 급격히 전환하고 있다. 현재 영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연안풍력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다. 스코틀랜드만 하더라도 2025년까지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전력을 100% 생산할 예정이다. 저탄소 자동차 시장은 크게 성장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영국 국민은 생애 처음으로 전기 자동차 구매 시 5000파운드(약 900만 원)를 지원받는다. 영국은 또한 녹색투자은행을 설립하여 저탄소 인프라에 투자를 빠르게 집중시키고 석유와 가스 같은 자원에 의존하는 성향을 탈피하고자 한다.

이는 큰 진전이다. 그러나 효과적인 결과는 어느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선진국과 개도국 할 것 없이 모든 국가가 동참하여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은 이명박 대통령의 녹색성장전략에 따라 이미 진전을 이루고 있다. 만약 누군가가 필자에게 한국 국민의 특성을 단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급격한 변화에도 적응하는 포용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현대그룹은 올해 전기자동차를 출시했으며 삼성과 LG그룹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 제품 부문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의 공무원들이 에너지 절감을 위해 하절기에 에어컨 사용을 줄이는 것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유엔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적 협약을 도출해야 한다. 전 세계 국가의 의견을 한데 모아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에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시의적절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헤이그 외교장관이 연설에서 강조한 말이 있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한다면 우리는 미래의 세계를 우리 스스로 그려 나갈 수 있다. 만약 실패한다면 그때는 미래가 우리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이다.”

마틴 유든 주한 영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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