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코리아/에이미 잭슨]한국에서 워킹맘으로 산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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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7일 03시 00분


여성 간부로 한국에서 재직하다 보니 여성으로서 느끼는 어려움이나 여성이 원활한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는다.

내 첫 직장은 미국 정부에서도 유독 남성 지배적이라고 알려진 미국항공우주국(NASA)이었다. 그 후로도 일본에 이어 한국과 관계된 일을 하면서 당시에는 상당히 남성 중심적이었던 사회와 계속해서 접촉하게 됐다. 하지만 직장생활 전반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역량을 펼치지 못한 적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NASA에서 일을 시작할 때 이미 NASA를 비롯한 미국 정부 전반에 조언을 구하고 멘터로 삼을 만한 여성 간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에서 여성의 사회적 참여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점에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직장생활을 돌아보면 다른 여성 전문가로부터 많은 점을 배웠을 뿐만 아니라 남녀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일련의 정책이 보호 울타리가 되었고 다행스럽게도 언제나 주위에 훌륭한 보육시설이 있었다. 이렇듯 여성의 참여에 있어서 사회적 제도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도만큼이나 여성의 사회적 성공에 중요한 것은 일하는 여성에 대한 사회 전반의 분위기이다.

여성의 사회적 참여에 대한 강연을 할 때마다 나는 청중에게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 부모로서 아이에게 어떻게 가르치는지를 묻곤 한다. 나는 4남매 집안의 외동딸로 자랐다. 아버지는 양성평등에 관해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분이셨지만 나에게만큼은 어린 시절부터 무엇이든 내가 원하는 일을 하라고 가르치셨다.

오늘날 한국 부모도 딸에게 이러한 가르침을 주는 것 같아 고무적이다. 최근 한국의 여학생 대학 진학률은 남학생의 대학 진학률을 앞질렀으며, 일부 국가고시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높은 합격률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근무환경에도 반영되어 사회에 진출할 때만이 아니라 직장에 정착하고 진급하는 과정에서도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되기를 바란다.

부모는 남성과 여성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가르치는가? 한국을 비롯한 대다수 국가에서 사회생활하는 여성이 겪는 최대 난관은 업무와 가사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다. 퇴근 후 요리 빨래 육아 등 집안일은 여전히 여자의 몫인 경우가 많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러한 시각에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시각은 반드시 변해야 한다.

나와 남편은 집안일을 균등하게 나눈다. 남편은 요리를 잘하고 날마다 아이를 돌보는 일에 동참한다. 그는 집안일을 함께하는 아버지가 된다는 데 기쁨을 느낀다. 아이들 또한 엄마뿐 아니라 아빠와도 동일하게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더욱 행복감을 느낀다. 많은 한국 여성이 직장일과 집안일을 겸하는 데 부담을 느껴 직장을 포기해야 할지 고민을 털어놓곤 한다. 직장을 계속 다니기 위해 출산을 미루는 여성도 보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서울에서 개최된 ‘세계 여성 리더십 콘퍼런스’에 참석하여 세계 각지에서 초대된 굴지의 여성 리더로부터 다양한 견해를 접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입지가 여전히 좁다는 점에 대해 토론하던 중 어느 연사가 매우 중요하면서도 근본적인 질문을 했다. 무엇이 한국의 이익에 부합하는가 하는 얘기였다. 유능한 여성 인재가 사회에서 성공하도록 길을 여는 일은 한국의 단기적 장기적 이익 모두에 절대적으로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가 여성과 그들의 직장에 대한 시각을 보다 개선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길이 열릴 줄 믿는다.

에이미 잭슨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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