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코리아/피터 바돌로뮤]외국인들이 한옥에 관심 갖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6일 03시 00분


피터 바돌로뮤 왕립아시아학회 이사
피터 바돌로뮤 왕립아시아학회 이사
많은 한국인이 내게 묻는다. “외국인들은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나는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외국인을 2개의 범주로 나눠 답한다. 한 범주는 한국을 방문해 본 적이 없는 다른 아시아 국가 사람과 서구인들, 다른 한 범주는 한국을 방문해 본 적이 있거나 한국에 살고 있는 서구인들이다.

내 경험에 비춰볼 때 아시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한국에 큰 존경심을 갖고 있다. 한국이 생활수준이 높은 선진국으로서 세계적 수준의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경제적 빈곤과 정치적 혼란을 빠른 기간에 딛고 일어나 세계의 경제 산업적 리더로 우뚝 선 데 놀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역사와 전통문화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것이 없고 관심도 없어 보인다.

한국을 방문해보지 않은 대개의 서구인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품질 좋은 휴대전화, 현대자동차의 멋스러운 차를 빼고는 한국에 대해 별다른 의견이 없다. 반면 중국 일본 태국에 대해서는 설령 가보지 않았더라도 희미하게나마 그 나라들에 대한 이미지와 생각을 갖고 있다.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 한국의 과거와 현재 문화가 외국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고로 그들에게 있어 한국의 이미지는 부정적인 게 아니라 백지에 가깝다. 내가 한국은 수천 년 역사의 정제된 문화를 갖고 있다고 말하면 그들은 깜짝 놀라며 좀 더 설명해 달라고 한다. 웅장한 고궁이나 정원 같은 한국의 옛 건물을 보여주면 어김없이 이런 반응이 나온다. “한국에 이런 것들이 있는지 상상도 못했어요.”

이렇듯 한국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에게 한국은 놀라움 그 자체다. 그러나 한국을 방문해봤거나 한국에서 살아본 서구인들은 좀 다르다. 그들도 한국의 고속 성장에 대해선 칭송한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성장’ 개념에 대해선 실망감을 드러낸다. 한국인들에게 성장은 독특하고 흥미로운 한옥, 좁다란 골목길에서 한국의 정체성을 빛내는 옛 건물을 몽땅 부숴버리는 것과 동의어로 통하기 때문이다. 고유한 옛 건물을 내던져버리고 높은 상업건물을 세우는 걸 성장으로 여기는 한국인들의 사고방식은 서구인의 생각과는 정반대다.

사업차 서울에 있는 내 사무실을 방문하는 많은 외국인들이 잠깐 짬을 내 서울 거리를 걸어본 후에는 이렇게 말한다. “서울엔 볼 게 하나도 없네요. 서구식 콘크리트와 유리 건물만 즐비하니 지루해요. 이런 건 내가 살고 있는 서양에서 항상 보는 모습인데 한국에는 전통문화가 없나요?” 이럴 때마다 서울시가 지정한 북촌마을과 인사동을 빼고는 소개할 곳이 마땅치 않다. 서울 재개발 계획으로 대부분의 옛 건물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상황에서 이 동네들은 그나마 전통문화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인사동 뒷골목에 있는 한옥 식당으로 데려가면 외국인들은 한옥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감탄한다. “이토록 스타일리시한 곳이 있었어요? 다른 한옥 식당에도 데려가줘요.”

서울에 사는 많은 외국인들은 한옥을 빌려 살아보기를 원한다. 그들은 외국과 차별되는 한국에서만의 특별한 경험을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촌마을에도 한옥이 그리 많지 않은 데다 집세도 높다. 한국의 도심 재개발 정책은 꾸미려 하다가 오히려 외관을 망치는 측면이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한옥에 살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외국인들은 한국의 옛 건물에 큰 관심을 보인다. 그들은 한옥과 같은 옛 건축 유산을 소중한 보석처럼 잘 보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한국인들은 옛 건물의 중요성에 대해 별다른 교육을 하지 않는다.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피터 바돌로뮤 왕립아시아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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