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모전 수상+자격증’ 어필…지방대 핸디캡 훌쩍 뛰어넘었죠
“긍정의힘 믿고 할 수 있다 확신
남들 다하는 조건 채우기보다 나만이 보일 수 있는 능력 키워”
‘지방대 졸업, 토익 780점, 학점 3.74, 해외유학 및 연수 경험 없음.’
지난해 12월 64 대 1의 경쟁을 뚫고 국민은행 공채에 합격한 전종혁 씨(26)의 ‘스펙’이다. 최근의 치열한 취업 경쟁에서 딱히 유리할 게 없어 보인다.
전 씨는 어떻게 화려한 스펙으로 무장한 명문대 출신자들과의 경쟁을 이겨내고 국내 1위(자산규모 기준)의 은행이자 대학생 입사 선호도 조사에서 수위에 올라 있는 국민은행에 입행할 수 있었을까.
○ 은행에서 필요한 건 학점-토익 아니다
전 씨는 금융권에 근무했던 아버지와 누나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금융인의 꿈을 키웠다. 2001년 강원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전 씨는 2004년에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하면서 자신에게 “금융권이 필요로 하는 인재는 어떤 사람이고, 내가 바로 그런 인재라는 걸 어떻게 증명해 보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졌다.
스스로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은행에서 필요한 것은 학점이나 토익 점수가 아니라 금융실무를 잘 해낼 수 있는 자질이다. 금융권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품개발과 마케팅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내 창의력과 기획력을 보여주겠다.”
마침 여러 금융회사가 대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신상품 개발, 마케팅 관련 공모전을 열기 시작했다. 전 씨는 ‘공모전’이 자신의 재능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라고 판단했다.
우선 대학 내 ‘대마왕’(‘대학생 마케터의 왕이 되자’라는 뜻)이라는 공모전 준비 동아리에 가입했다. 동료들과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팀을 이뤄 공모전 준비도 할 수 있는 동아리였다.
첫 도전은 2006년 제1회 국민은행 대학생 공모전. ‘퇴직 은행원을 활용해 은행을 찾은 고객을 안내하는 업무를 맡기자’는 아이디어를 냈지만 결과는 낙방이었다. 알고 보니 이미 은행에서 시행하고 있던 제도였다. 이후 연거푸 세 번을 낙방했다.
하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금융권에서 일하는 선배들을 찾아 나섰다. 고객들을 대상으로 직접 설문조사도 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기초로 미혼 여성들이 펀드, 적금, 웨딩 서비스 등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금융상품을 개발했다. 이 상품으로 그는 이듬해 국민은행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자신감을 얻은 전 씨의 공모전 도전은 계속됐고 신한은행 동부화재 KT&G 등 금융회사 및 기업의 공모전에서 총 7차례 수상했다.
○ 공모전 7차례 입상… 회사 분석도 철저
화려한 공모전 경력을 갖췄지만 전 씨의 취업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대학 졸업반 때 경험을 쌓을 요량으로 기업이나 금융회사의 인턴 선발에 여러 차례 지원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심지어 공모전에서 1등을 차지했던 기업의 인턴에도 탈락했다.
전 씨는 “단순히 공모전 경력만 믿고 지원해서는 안 되겠다”며 취업을 원하는 회사들을 철저히 분석하기 시작했다. 자산관리사 등 금융권에서 필요로 하는 자격증도 땄다. 결국 그는 지난해 한 증권회사에 합격했고, 이어 국민은행에서도 합격 통지서가 날아 왔다.
전 씨는 어려운 취업 과정에서 가장 도움이 된 것은 ‘긍정의 힘’이라고 소개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지방대생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뉩니다. 지방대 출신이라도 분명히 할 역할이 있다고 믿고, 자신의 개성을 키워 가능성을 공략하는 친구들과 막연히 학점과 토익 등 스펙에만 집중하는 경우입니다. 저는 앞쪽의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에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 인사담당자가 말하는 합격요인
―금융회사라는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2년여에 걸쳐 금융 관련 공모전 및 자격증을 준비한 열정과 노력에 높은 점수를 줬음.
―여러 차례 금융공모전을 준비하고 입상한 경험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금융지식을 갖추고 있었음. 또 이런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면접 때 자신감 있게 답변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음.
―학점은 합격자 평균 정도이고, 어학성적은 뛰어나지 않았지만 인턴과 증권사 근무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은행 업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음.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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