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제약기업은 국내 제약사나 소비재 기업에 비해 널리 알려진 편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 네트워크를 통해 국제 감각을 익힐 수 있고 외국계 기업 특유의 효율적이고 자유로운 업무 분위기가 매력적이어서 인기가 높다. 올해 GSK(글락소 스미스클라인)에 입사한 김태윤(24), 김현준 사원(27)과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일하다가 경력직으로 입사한 김승수 부장(34)의 취업기를 들어봤다.
○ “맞춤형 준비로 지방대 약점 극복”
천식 및 알레르기 비염 치료제 영업담당인 김현준 씨는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제약업계 입사에 초점을 맞추면서 영업담당 선배나 친구들을 만나 여러 가지 정보를 듣고 직업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 하지만 출신 대학이 마음에 걸렸다. 부산 동아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취업에 연달아 실패한 대학 동료들을 자주 봐왔기 때문이다.
그 대신 김현준 씨는 대학교 때부터 해왔던 사회 경험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그는 “제약업계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과 4학년 때부터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정보 공유, 토론을 진행했다”며 “특히 영업에 대한 맞춤형 면접 준비는 GSK 입사에서 비전공자였던 저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맞춤형 면접 준비 과정을 통해 자신의 장단점 등 차별화 요소를 인식하게 됐고, 면접에서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었다고 했다.
○ “약학 전공 아니어도 할 수 있어”
김태윤 씨가 GSK를 선택한 이유는 대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 두 달 동안 했던 인턴 근무 기억이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학을 전공하지 않았다는 점이 입사 전 마음에 걸렸다. 포스텍 생명과학과를 나온 그는 약학 용어가 몹시 낯설었다. 김태윤 씨는 “약학 관련 원서를 보고 관련 학과 강의도 들으면서 제약업계 용어에 익숙해지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 압박 면접이다. 영어 면접을 하는데 면접관이 “판매자를 다루기에는 나이가 너무 어린 것 아니냐”고 물은 것. 김태윤 씨는 당황했지만 “나이보다 경력과 마음이 중요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는 “정식으로 판매자를 다뤄 본 일은 없지만 인턴 일을 하며 판매자 관련 업무를 들어봤기 때문에 이른 시간에 업무를 파악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고 했다.
○ “의사가 오래 버틸 수 있겠어?”
요즘 의과대학 및 인턴·레지던트를 마치고 제약사에 입사하는 의사가 적지 않다. 김승수 부장은 연세대 의대 졸업 후 가정의학과 의사로 일하다가 “좀 더 넓고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다”는 생각으로 GSK에 입사했다. 그는 대외로 발송되는 모든 문서를 전문적으로 검토하는 ‘메디컬 어드바이저(Medical Advisor)’의 역할을 한다.
의사 출신 경력사원을 괴롭히는 것은 근무환경이 완전히 다른 제약사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혼자 진료 보며 일하는 환경에 익숙한 의사가 조직에 얼마나 잘 적응할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한다. 김 부장도 “쉽게 지치거나 흥미가 떨어져 곧 그만둘 것이라는 주위의 우려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면접에서도 같은 질문이 나왔는데, 혼자 일하는 곳이 아닌 여러 부서와의 협조를 통해 일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을 이해시켰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의사로 일할 때보다 융통성이 좋아진 것 같다”며 “어떤 일이 생겨도 긍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사람, 반복적이고 안정적인 일보다 창의적인 일이 즐거운 의사 선후배에게 제약사 입사를 권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GSK는 어떤 회사
GSK(글락소 스미스클라인)는 18세기 초 출범한 영국계 제약사다. 본사는 영국 미들섹스 브랜퍼드 시에 있고 114개국에 현지법인을 냈다. 140개 이상의 나라에서 제품을 판다. 잇몸질환치료제 ‘파로돈탁스’, 위장약 ‘잔탁’, 당뇨병 치료제 ‘아반디아’ 등이 유명하다.
GSK 한국 법인에는 총 600여 명의 직원이 일한다. 채용은 신입사원 공개채용, 경력사원 수시채용으로 나눠 진행된다. 서류 전형 후 1차 실무진 면접, 2차 임원진 면접 및 인·적성 검사, 3차 사장 면접을 치른다. 신입사원은 영어면접, 프레젠테이션 면접, 토론 면접이, 경력사원은 경력과 역량 위주의 심층 면접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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