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미래에셋투자자문 박현주(朴炫柱·41)사장의 투자원칙은 거짓말같다. 고객돈 1천억원(자문계약고는 3천억원)을 굴린 실적을 보면 더 그렇다. 펀드별로 적게는 30%,많게는 100%의 수익률을 낳은 투자비법이 ‘안전’이라니.
“일단 안전하게 굴립니다. 은행이자의 두배쯤 벌어놓으면 공격적인 투자도 생각해볼 수 있겠지요.”
그의 말은 지극히 상식적이지만 내로라 하는 대형 증권사 전문가들도 “미래에셋이 우리보다는 프로”라고 말한다.
세간에선 그에게 의혹의 눈초리도 보낸다. ‘주가 장난’을 치지 않았느냐는 것. 그럴 법도 한 게 그가 작년 6월 설립한 3개 회사(미래창업투자 에셋투자자문 파이낸스) 총자본금이 1백억원에서 4백50억원으로 늘었기 때문. 삼성증권 한국종합기술금융 등의 출자를 빼고도 1년여만에 1백50억원 이상은 번 셈.
그렇지만 그의 펀드가 사들였던 주식이 삼성전자 등 5대그룹의 대표적 계열사와 포항제철 등 대형 우량주란 것을 알면 의문은 풀린다.
투자비법은 따로 없었다. “포트폴리오(자산 및 종목구성)와 거래시점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 “투자는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라고도 말한다. 회사 현관에 걸려있는 ‘기본에 충실하자(Back to basics)’는 말 그대로다.
박사장은 자신에게 늘 따라다니는 ‘한국의 소로스’라는 수식어도 싫어한다. 그가 원하는 것은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뮤추얼펀드(증권투자회사)다. 마젤란펀드나 워렌버핏펀드처럼.
요즘 그는 자정이 넘어서야 퇴근한다. 다음달 출범할 뮤추얼펀드 ‘미래 박현주펀드(가칭)’ 준비 때문이다. 한국의 뮤추얼펀드 1호로 기록될 그의 펀드는 기존 증권사나 투자신탁회사의 고객을 겨냥한 것.
다음달부터 허용되는 뮤추얼펀드란 투자자들이 낸 돈(기금) 자체가 회사가 되고 투자자들은 주주가 된다. 투자수익은 배당금 형태로 지급된다.
“투명성이 최대로 보장되는 겁니다. 주주인 투자자들은 펀드 운용내용을 모두 들여다볼 수 있죠. 결과가 나쁘면 펀드매니저를 갈아치웁니다. 심지어 자산 운용을 우리 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바꿔 맡길 수도 있어요. 뮤추얼펀드가 정착되면 금융기관이 더 이상 투자자를 무시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가 펀드매니저를 선발하는 기준도 독특하다. 얼마의 수익률을 올렸나 하는 것보다는 ‘오염’, 즉 주가조작 등 작전에 개입한 적이 있었는지 여부를 먼저 따진다.
“펀드매니저가 조금만 장난을 쳐도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하고 회사는 끝장난다”는 것이 박사장의 생각.
그는 얼마전 5억원을 들고 투자하러온 70대 노인을 돌려보냈다. 노인에겐 투자위험이 높은 주식 채권 파생상품보다는 부동산이나 은행상품 투자가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
앞으로는 이같은 투자자의 사정을 감안해 증권 부동산 등을 권하는 ‘맞춤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독수리는 조는 듯이 앉아있고 호랑이는 앓는 듯이 걷는다.’ 뮤추얼펀드를 만들기 위해 연봉 10억원의 유혹을 뿌리치고 회사를 뛰쳐나온 그의 사무실에 붙어있는 글이다.
“기회가 올 때까지는 조는 듯이, 앓는 듯이 기다린다는 거죠. 강한 사람은 평소에는 조용하고 부드럽다는 뜻도 되고요.”
◇ 약력 ◇
△광주출신 △고려대 경영학과 졸 △86년 동양증권 입사 △92년 동원증권 압구정지점장(93,95,96년 전국 주식약정고 1위) △97년6월 미래창업투자 미래에셋투자자문 설립
〈이용재기자〉y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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