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컨설팅 업체 핀텍의 배우규(裵禹奎·43)사장은 95년 2월 회사를 설립한 지 2년여만인 97년 중반부터 ‘연어떼’를 건져 올리기 시작했다. 외환위기의 먹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 핀텍에는 기회였다.
“지난해 10월 재벌그룹 계열사 3곳에 ‘롱포지션을 유지(달러를 매입)해 다른 외화자산의 환위험을 상쇄하라’고 컨설팅을 해줬습니다. 5천만∼1억달러씩을 사두었던 기업들은 올해 1월에 달러를 내다팔았지요.”
고객회사들이 거둔 환차익은 1천억원이 넘었다. 배사장은 “역적이라는 소리도 들었지만 고객이 환위험 회피는 물론이고 수천억원의 환차익까지 봤다면 컨설팅을 잘 한 것”이라고 자부한다.
핀텍은 고객(기업)이 수출입이나 외자유치 등을 할 때 환율변동으로 생길 수 있는 환위험을 대신 제거해주는 컨설팅회사. 14명의 직원중 대부분이 국내외 금융기관이나 대기업 등에서 10년 이상 외환거래 경력을 쌓은 베테랑 외환딜러 출신이다.
배사장 역시 JP모건 도이체방크 등의 딜링룸에서 15년간 잔뼈가 굵었다. 94년 5월 한국종금을 그만둔 뒤 미국 월스트리트로 향했다. ‘작지만 실속있는’ 컨설팅회사를 찾아나선 것. 대형 투자은행이나 컨설팅회사들이 다루지 않는 틈새를 파고드는 회사들을 찾아가 업무를 배웠다.
귀국해서 만든 것이 바로 핀텍. 설립후 2년간 생긴 적자는 지난해 번 돈으로 다 메꿨다. 올해 자문수수료 등으로 받는 돈은 10억원. 그중 절반가량이 순이익이다.
고객은 포항제철 코오롱 신무림제지 등 대기업에서 중소 오퍼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60여 회원사는 월회비 25만원만 내면 환율정보와 환전수수료 할인서비스를 제공받는다.
핀텍을 통해 환전을 하면 은행간 수수료가 적용돼 달러당 13∼19원까지 절약할 수 있다. 배사장은 “환전액이 월 50만달러가 되는 수출업체의 경우 환전수수료만 7백50만원 이상 절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외환정보 등을 제공하는 경쟁사들이 작년말부터 생겨나자 배사장은 새 사업을 준비중이다. 장차 고객들로부터 수백억원 이상을 모은뒤 외환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뮤추얼펀드(증권투자회사)를 만든다는 것. 이른바 헤지펀드다. 소로스펀드처럼 각국 통화와 여기서 파생되는 환율 금리 선물 및 옵션상품에 투자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현재의 국내 외환상황에 대한 그의 견해는 냉정하다. 외국에서 빌려다가 금고에 쌓아둔 외환이나 거래규모가 하루 10억달러에 불과한 서울외환시장에서 결정된 환율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
“정부당국이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외환보유고도 많고 환율도 안정됐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요. 당국자들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곤란합니다.” 15년 경력 외환딜러의 고언(苦言)이다.
▼ 약력
△경북 의성 출생 △82년 고려대 불문과 졸업 △81년 JP모건 서울지점 입사 △83년 한국종금 사원 과장 △88년 도이체방크 서울지점 자금부장 △91년 한국종금 딜링팀장 △95년 2월 핀텍 설립
〈이용재기자〉y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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