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정부가 그때까지 ‘골든셰어’라는 이름으로 단 한 주에 불과한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던 이유는 BT가 과거 국영기업이었다는 사실을 간직하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당시 ‘골든셰어’의 매각을 영국인들은 대단히 상징적인 의미로 받아들였다. 바로 ‘BT는 이제 100% 민간기업’이라는 점을 대내외에 알리는 ‘의식(儀式)’이었기 때문.
BT가 민영화에 착수한 것은 84년. 영국 국내 통신시장 독점에 안주하면 세계시장에서 낙오하고 영원히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결단이었다. 하지만 국영기업 체제가 뿌리박혀 있던 BT의 민영화 계획을 바라보는 영국인들의 시각은 부정적이었다.
당시 영국의 한 저명한 금융권 인사는 자신의 명예를 걸고 BT가 주식의 10% 이상을 매각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장담할 정도였다. 그러나 민영화는 놀랄 정도로 빨리 진척됐다. 우선 최고경영진을 모두 민간기업인 출신으로 교체했다. 공무원이 계속 경영을 맡는다면 강력한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여겼기 때문.
효과는 당장 나타났다. 내부적으로는 관료주의가 사라지고 유연성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했다.
외형상 변모도 급속도로 진행됐다. 1년만에 주식의 50% 이상을 민간에 매각했다. 종업원수도 불과 수 년만에 절반 수준으로 감축, 조직을 슬림화하는데 성공했다.
이안 밸런스명예회장은 “BT의 민영화는 경쟁을 지향하는 쪽으로 나아가자는 비즈니스 방식의 전환이었다”며 “BT가 국영기업체로 머물러 있었다면 BT뿐만 아니라 영국경제 전체가 글로벌 경쟁에서 뒤졌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민영화는 소비자들에게도 큰 이익을 가져다줬다. BT는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품질을 꾸준히 개선했고 새로운 제도를 잇따라 선보였다.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 시간안에 해주지 못할 경우 보상금을 지불하는 제도를 영국 통신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또한 외부기관을 통해 매달 고객만족도를 체크해 일정수준에 미달하면 담당자를 문책하는 제도를 신설했다.
무엇보다 품질개선을 통해 전화요금을 50% 이상 인하한 것이 소비자로서는 가장 큰 혜택이었다. 뿐만아니다.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로 △전화를 걸어온 측의 번호가 나타나게 하는 시스템 △방금 걸려온 전화번호를 잊었을 경우 자동으로 그쪽으로 연결시켜주는 시스템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했다.
BT코리아의 김대규사장은 “연간 1백50억파운드(약30조원)의 매출, 세계 3위의 통신업체, 1백20개국 진출 등의 성과는 민영화가 아니었다면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며 지금 같은 양질의 서비스는 기대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