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의 비밀병기는 ‘누드 컴퓨터’라는 별명의 ‘아이맥’. 본체와 모니터를 합쳐 복잡한 전선을 없애고 반투명 플라스틱으로 외부를 만들어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게 한 제품이었다.
98년말 타임지가 ‘올해의 베스트 상품’으로 선정한 아이맥은 ‘나체 컴퓨터’라는 특이한 디자인에 간편한 조작법이라는 날개까지 달면서 지난해 80만대가 팔리는 빅 히트를 기록했다.
아이맥은 발상을 바꾸고 소비자의 욕구를 제대로 짚어 만든 대표적인 ‘하이터치 상품’.
하이터치 상품은 첨단기술의 경쟁무대인 하이테크 제품과는 다르다. 하이테크 제품이 첨단 고급기술을 강조하는 반면 하이터치 제품은 ‘정확한 손질(터치)’을 덧붙여 기존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하이테크 제품은 복잡한 제품이면 무조건 두려워하는 ‘기계치(痴)’들에게 공포의 대상일 수 있다. 그러나 하이터치 상품은 소비자의 편의성만을 ‘왕’으로 생각하므로 그럴 염려가 없다.
TV리모컨을 어디에 뒀는지 몰라 온 집안을 뒤진 경험이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리모컨의 덩치를 크게 만들어 눈에 띄기 쉽게 함으로써 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됐다.
아무리 떨어뜨려도 고장이 나지 않도록 튼튼하게 만든 일본 소니사의 어린이용 카세트 ‘마이 퍼스트 소니’, 촬영기와 화면을 분리한 캠코더도 어떻게 하면 소비자를 더 편하게 해줄까를 생각한 하이터치형 아이디어 제품이다.
일본 야마하사가 개발한 ‘디스크라비에’피아노는 피아노 안에 CD롬 드라이브를 붙여 CD가 피아노를 연주하게 만든 제품이다.
이 제품은 전자음을 내는 디지털 피아노나 녹음을 들려주는 오디오가 아니다. 진짜 피아노가 연주되는 일종의 ‘무인 피아노’다. 전자음에 식상한 고객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이 제품의 요체는 CD롬 드라이브를 재래식 피아노에 장착시킨다는 발상 하나였다.
미국 뉴욕타임스지는 이미 91년 ‘하이테크와 함께 하이터치 제품이 미래를 지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시 뉴욕타임스가 21세기형 미래상품으로 제시한 제품의 하나가 인공지능형 TV였다. 리모컨을 누르면 TV화면이 사람 있는 방향으로 회전하고 TV를 끄면 TV가 방 한 구석으로 이동하는 이 제품은 현실화됐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이면우(李冕雨)교수는 “인간의 잠재적 욕구를 누가 먼저 제대로 읽어내느냐에 따라 미래의 시장이 좌우될 것”이라며 “특히 하이터치 제품은 기술력보다는 창의력이 개발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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