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 투자일기]장동헌/정보는 투자 참고사항

  • 입력 1999년 2월 23일 19시 01분


약 2주일 전이었다. 출근해서 간밤에 들어온 e메일을 검색하다보니 “L사가 미국 M사의 주력 컴퓨터 공급자로 선정돼 향후 수익성이 크게 증대된다”는 정보가 들어와 있었다. 경제통신사 블룸버그의 보도를 인용한 것으로 국내에는 보도되지 않은 싱싱한 정보였다.

나는 즉시 원문을 찾아 자세히 분석했다. L사는 이미 나의 포트폴리오상의 주요 종목중 하나였지만 이 뉴스가 국내에 보도되면 추가적인 주가상승 호재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매수주문을 냈다. 그러나 시장에 정보가 퍼지지 않은 탓인지, 아니면 호재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는지 L사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장이 끝날 때까지 주가가 오르지 않아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이 뉴스가 다음날자 일부 신문의 가판 경제면 머리기사로 보도된 것을 보고 “역시 내가 제대로 투자결정을 했군”하면서 손뼉을 쳤다. 다음날 상한가를 은근히 기대하며 차익 일부를 실현할 준비를 했다. 그러나 다음날 내 기대와는 달리 L사 주가는 상한가를 치지 못한채 동시호가때 장중 최고가를 기록한 후 계속 약세를 보였다.

L사에 추가로 투자한 시점은 프로그램매도가 강화되는 약세장이었고 L사가 지수관련주여서 시장의 반응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나는 이 점을 철저하게 분석하지 못했다. L사 정보는 장기적으로 주가에 반영되겠지만 나로선 당장 차익을 내는데 실패한 셈이다.

투자자들은 정보를 입수했을 때 나름대로 판단을 한 뒤 투자한다. 정보에 의한 투자는 대체로 단기적인 성향을 갖는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투기’가 아닌 ‘투자’인 이상 인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보에 의존해 투자할 때는 다른 투자자들이 나와 똑같은 판단을 해야 기대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투자자들이 동일한 판단을 할 것으로 바라는 것은 무리이다. 너무 단기적인 성과는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투자는 공정한 게임이다. 따라서 정보는 투자 참고사항일뿐 결정요인은 아닌 것이다. 노력없는 승리는 없다.

장동헌<한국투자신탁 주식운용 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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