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선물만기일이라 시장이 급락할 거라는데 주식을 파는 게 낫지 않을까요.”
다음날까지 같은 내용의 전화를 수도 없이 받았다. 선물시장이 생기면서 태어난 ‘프로그램 매매’ 때문에 온 나라가 법석이다. 대체 프로그램 매매가 뭐길래.
프로그램 매매는 일일이 주문을 내지 않고 전산 프로그램을 이용, 미리 짜놓은 포트폴리오 바스켓에 따라 ‘한 방’에 주문을 내는 것. 목적이 뭐냐에 따라 두 가지가 있다. 약간 어렵지만 한번 살펴보자.
첫째는 차익거래 목적. 선물 시장가격이 과도하게 고평가 또는 저평가됐을 때 순간적으로 선물을 팔고 현물을 사거나, 반대방향의 거래를 행하는 것.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차익거래 목적의 프로그램 매매는 곧 사라진다.
반면 비차익거래 목적의 프로그램 매매는 단지 원하는 가격에 여러 종목을 동시에 체결시키고자 할 때 자동적으로 주문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바스켓 매매방식.
이러한 프로그램 매매는 현물시장 주가변동에 가속도를 붙인다. 강세장에 접어들 때는 선물이 현물보다 고평가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매수차익거래가 나오고 일반 투자자들도 덩달아 현물매수에 동참하는 것.
그러나 항상 좋을 수는 없는 법. 프로그램 매매에 따른 매수차익거래분은 언젠가는 매물로 나올 운명. 또 약세장에선 프로그램 매매가 주가 하락세를 더욱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프로그램 매수 덕에 이익을 냈다는 사실은 금방 잊고 늘상 “프로그램 매도 때문에 망했다”고 투덜거리기 일쑤다.
선물 만기때면 지나치게 과민반응하는 것도 문제. 작년 12월에도, 올 3월에도 주식시장에서는 프로그램 매매 때문에 주가가 폭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결국 프로그램 매매는 전반적인 시장추세를 결정하는 요인이 아니라 단기적 교란요인에 불과한 것이다.
프로그램 매매동향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시장의 큰 흐름과 투자종목에 대한 ‘팩트’의 변화를 주시하는 성숙한 투자자가 늘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장동헌<한국투신 주식운용 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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