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스트]삼성「박막액정화면」,불황속 투자 결실

  • 입력 1999년 4월 13일 20시 01분


과감한 ‘베팅’의 성공이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에 이어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 분야에서도 세계 1위로 올라선 배경에는 뛰어난 마케팅 전략이 있었다.

노트북 화면으로 주로 쓰이는 TFT―LCD 분야는 전통적으로 일본의 독무대. 샤프 히타치 도시바 등의 업체들이 경쟁을 벌이며 세계시장을 ‘싹쓸이’해왔다. 91년 뒤늦게 뛰어든 삼성전자는 97년까지 일본업계에 눌려 10위권에 턱걸이할 정도였다.

역전의 계기가 마련된 것은 96년. 95년부터 2년째 계속된 가격 하락으로 한국과 일본업계 모두 수지를 못맞춰 허덕일 때였다. 시장 상황이 ‘최악’이던 그 시점에 삼성전자는 오히려 라인 증설이라는 과감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천안공장장 장원기(張元基)이사는 “반대론도 많았지만 후발주자의 입장에서 지금이 아니면 영영 일본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당시를 회고한다.

결국 96년말 천안공장을 착공했다. 로봇을 이용한 최첨단 생산설비가 반입된 시점은 97년9월.

그러나 공장이 가동을 시작한 뒤에도 가격은 좀처럼 오를 기미가 안보여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시장에 파란불이 들어온 것은 지난해 말부터. 예측한 대로 TFT―LCD는 노트북뿐만 아니라 일반 PC 모니터용으로도 수요가 폭발, 올해 사상 최대의 호황을 예고하고 있다. 투자를 망설였던 일본업계는 땅을 칠 일이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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