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인데도 ㈜시즈는 올겨울 전세계 스키인들이 사용할 장갑을 만드느라 밤낮 없이 바쁘게 공장을 돌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혹한을 겪으며 가장 타격을 입었던 분야는 봉제수출산업. 그렇지 않아도 사양의 길에 접어든데다 자금난까지 겹쳐 대부분의 봉제업체가 문을 닫아야 했다. 그러나 스키장갑 생산업체인 시즈는 오히려 IMF체제를 딛고 세계 최강자로 떠올랐다.모두들 사업다각화로 치닫던 시절 스키장갑 하나에만 매달려 전문화해 온 덕택이다.
현재 전세계 스키인구가 사용하는 스키장갑 1000만켤레중 200만켤레가 시즈의 제품. 또 작년 동계올림픽 13개 스키종목중 11개종목의 금메달리스트가 시즈장갑을 끼고 출전하는 등 품질면에서도 단연 최고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즈가 스키장갑으로 한우물을 파기 시작한 것은 국내에선 ‘스키’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76년경. 가발업으로 출발한 김주인(金周仁)회장은 가발수출 경기가 나빠지자 재빨리 업종을 전환키로 하고 새 품목을 찾아 외국시장을 돌아다니다가 갖고 있던 재봉틀과 기능공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스키장갑에 눈을 뜨게 됐다.
그러나 스키장갑은 품질 디자인 등에서 바이어의 주문이 까다로운 고가품. 원자재를 잘못 써 장갑의 염색이 스키복에 묻어나고 원단이 오그라드는 등 수많은 시행착오로 바이어에게 엄청난 위약금을 물어야 했다.
시즈는 독일의 바이어 로이시를 만나면서 성장가도로 접어든다. 시즈의 봉제기술을 높이 평가한 로이시는 시즈와 함께 디자인, 원자재를 일일이 협의해가며 최고급품을 만들어 세계시장 공략에 나선 것.
바이어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시즈는 세계 스키장갑 브랜드 101개중 60개 브랜드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주문을 받아 89년과 90년에는 중국과 스리랑카에 생산공장까지 설립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남의 브랜드’와 ‘남의 기술’로 먹고 살수는 없는 일. 시즈는 95년 자체 브랜드 ‘루디스’를 내놓는가 하면 최근에는 장갑 신소재를 잇따라 개발하고 있다.
특히 사업초기부터 품질관리부서를 두어온 시즈는 최근 각종 첨단실험으로 사후 발생할 클레임까지 미리 예방하는 품질관리기법을 도입, 27일 세계 스키장갑업체중 처음으로 ISO9001 품질인증을 받는다.
이쯤 되자 해외 바이어들은 OEM주문을 하면서도 제품의 기본 컨셉만 제시할 뿐 원자재, 디자인, 색상 등은 아예 시즈에 맡기는 등 철저한 신뢰관계를 보이고 있다. 0342―744―0003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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