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대한민국이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렸다고 하던 시절이 있었다. 빈정거림에 기분은 나빴지만 과소비는 그치지 않았다. 몇 년 뒤 외환위기가 찾아왔다.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맸고 ‘선진국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되뇌었다. 그 뒤로는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드물었다. 대한민국이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여 이도저도 아닌 신세가 될 것이라는 ‘샌드위치’론이 회자됐다. 그렇게 대한민국은 항상 치이며 살아왔다.
그러다 2008년 다시 위기가 왔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그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빠른 시간에 성공적으로 극복한 나라로 인정받는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폴란드와 호주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겨울스포츠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대한민국은 2월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김연아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 같은 스타를 배출했다. 원자력발전소 한 번 지어 보겠다고 미국 프랑스 캐나다 일본 등 원전 선진국에 머리를 숙였던 대한민국은 지난해 말 이들을 제치고 아랍에미리트의 원전을 수주하기에 이른다.
최근 방한한 일본 도쿄대 강상중 교수는 “삼성전자의 매출은 일본 가전업체 전체를 합친 것보다 많다. 일본에선 최근 한국에 추월당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전과는 한결 다른 모습이다. 경사가 이어지자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초 라디오 연설에서 “국운(國運)이 융성하고 있다”고까지 했다.
그런 대한민국의 ‘월드 베스트’ 제품은 얼마나 될까.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2009년 12월 현재 대한민국의 세계 시장점유율 1위 품목은 모두 121가지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만드는 메모리반도체를 비롯해 휴대전화, 해수담수화설비, 전자레인지, 냉장고, 초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 전자 도어록, 자전거용 신발, 오토바이용 헬멧, 산업용 모니터, 튜너, 선박용 전선, 내화금고, 개인용 온열기 등 품목도 다양하다.
세계 시장점유율 5위 이내 제품이면서 세계 시장 규모가 연 5000만 달러 이상 또는 수출 규모가 연간 500만 달러 이상인 ‘세계 일류상품’은 387가지에 이른다.
또 향후 5년 이내에 세계 시장점유율 5위 안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상품인 ‘차세대 일류상품’도 197가지나 된다. 세계 일류상품은 2001년 처음 선정할 당시에는 125가지에 그쳤다. 샴페인 일찍 터뜨렸다고 조롱하던 나라들 엄지손가락 치켜들고 “코리아 넘버원” 찬사
일류 또는 차세대 일류상품을 만드는 기업은 573곳에 이른다.
대한민국은 이제 변방의 나라가 아니다. 한국 경제에 비판적인 시선을 갖고 있던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글로벌 리더 한국으로서) 역할 찾기’라는 제목 아래 전면을 할애해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한국의 경제 성장과 외교적 성과를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여전히 ‘선진국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말하는 대한민국. 세계는 이제 그조차도 대한민국의 꿈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한다. 그런 대한민국의 꿈을 먹고 자라는 ‘월드 베스트’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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