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4월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에서 한국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원전 1호기가 본격적인 상업가동을 시작했다. 이로써 한국은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원자력발전국이 됐지만 고리1호기는 핵심기술을 외국 회사에 의존했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30여 년 뒤인 2009년 12월 한국전력이 중심이 된 국내 컨소시엄은 쟁쟁한 외국 기업들을 제치고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에 성공했다. 원전 수입국에서 원전 수출국으로 변모한 한국은 이제 ‘원전 강국’을 위해 뛰고 있다.
○ 매년 원전 1기씩 수출
UAE 원전 수출의 중심에는 한전이 있다. 한전은 수십 년간의 원전 건설 및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UAE 원전 수주의 일등공신으로 떠올랐다.
UAE 원전을 계기로 해외시장 진출에 첫발을 내디딘 한전은 앞으로 매년 원전 1기씩을 해외로 수출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 목표의 근간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송배전 능력이 자리 잡고 있다. 한전의 호당 정전시간은 미국(137.8분) 프랑스(78분)보다 현격히 낮은 15.59분에 불과하다. 또 미국 영국 등이 6%가 넘는 송배전 손실률 역시 한전은 4.0%에 불과하다. 한전은 “터키 인도 요르단 등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수주 활동을 펼칠 것”이라며 “국내외에서 ‘원전=한전’이라는 인식이 공고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한국형 원자로’로 세계시장 공략
이번 UAE 원전 수주에서 UAE 측은 “세계적 수준의 안전성과 운영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한국수력원자력의 운영 능력을 극찬했다. 실제로 원전 운영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이용률은 선진국이 80%대에 불과한 반면 한수원은 92%에 육박한다. 원전 불시정지 건수도 연평균 1회가 채 안 된다.
여기에 한수원은 한국형 원자로의 개발을 통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한수원은 UAE 수출 모델인 ‘APR1400’보다 경제성과 안전성이 더욱 우수한 ‘APR+’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한수원은 원전의 두뇌에 해당하는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Man Machine Interface System)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한수원은 “개발이 완료된 3세대 MMIS는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에서 벗어난 획기적인 시스템”이라며 “앞으로 뛰어난 국산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 세계 최고의 원전 기자재 기업
두산중공업은 1980년대 전남 영광원자력발전소 1, 2호기용 원자로와 증기발생기를 제작하면서 원전산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두산중공업은 “원전시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성공의 열쇠는 기술 자립화에 있다고 봤다”며 “당시에 시작된 제작 기술 국산화 노력은 1990년대 중반부터 빛을 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후 두산중공업은 지금까지 다른 해외 경쟁사들에 비해 월등히 많은 20여 개 프로젝트에 참여해 원전 기자재를 공급했다.
두산중공업이 가진 또 다른 장점은 원전 기자재의 핵심 소재인 주·단조 소재를 자체적으로 공급할 능력을 갖췄다는 점.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원전 주기기 제품을 일관 생산할 수 있는 곳은 두산중공업과 프랑스 아레바뿐”이라며 “이 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도래할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주강수 가스공사 사장 “에너지 자원 개발 등 영역 확대”▼ 한국가스공사는 세계 최고의 액화천연가스(LNG) 구매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자원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07년 기준으로 1% 수준에 불과하던 천연가스 자주개발률을 2017년 2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해외 자원 탐사 및 개발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생산 사업인 오만 및 카타르 LNG 사업에서 가스공사는 2009년 말 기준 약 6억 달러(약 6800억 원)의 누적 수익을 거뒀고, 지난해 10월부터 생산을 시작한 예멘 LNG 사업은 총 11억2000만 달러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가스뿐만 아니라 석유 사업도 추진하면서 지난해 이라크 주바이르와 바드라 2곳의 유전개발권을 획득했다.
주강수 가스공사 사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LNG 전문기업으로 성장한 가스공사는 가스 도입 판매에서 에너지 자원 탐사개발, 국내외 LNG플랜트, 도시가스사업 건설운영 등으로 사업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자원 빈국인 한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기 위해 에너지 자원의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류철호 도로공사 사장 “대규모 해외 사업에 적극 참여”▼
40여 년 동안 국가 경제의 대동맥인 고속도로의 건설, 유지관리 및 첨단 교통관리 시스템을 운영해 온 한국도로공사는 “‘소통’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면 자연히 한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며 “해외사업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 역시 기본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설 연휴 기간 교통량이 전년 대비 23%가량 늘었음에도 통행속도가 시속 10km 빨라진 것은 최첨단 교통관리 시스템과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 덕분이었다.
도로공사는 2005년부터 해외에도 진출해 현재 베트남 등 4개국에서 6건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설계, 감리 등의 사업을 통해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한국 기업의 현지 진출을 돕고 있다”며 “해외 기관들과의 기술 교류협정을 통해 한국의 우수한 기술을 전파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고 말했다.
류철호 사장은 “2013년까지 큰 해외 자본투자 민간사업에도 참여할 것”이라며 “선진 교통기법의 확대 적용으로 국가 경제의 근간을 담당하는 공사의 역할에도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김건호 수자원공사 사장 “亞 수력발전소 건설 사업 진출”▼
국내 유일의 물 전문 공기업인 한국수자원공사는 40년 동안 국내 물 관리 시장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자원공사 측은 “세계 물 시장은 2010년에 총 3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큰 시장”이라며 “국내에서 갖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선도해 새로운 국부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1993년 해외 수자원 조사 사업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을 준비해 온 수자원공사는 중국 수자원조사사업, 베트남 호아빈 상수도 건설사업, 인도 리키므로 수력발전소 기술지원 사업 등 굵직한 해외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첨단 정보기술(IT)을 적용한 댐·광역상수도 통합운영 시스템 등 공사가 갖춘 기술력이 해외 진출의 원동력”이라며 “현재 총사업규모 3385억 원의 해외 사업을 진행 중이다”라고 전했다. 김건호 사장은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사업성이 높은 수력발전소, 상하수도 투자사업에 진출할 것”이라며 “해외 사업과 함께 개발도상국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역시 적극적으로 펼쳐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박환규 가스안전공사 사장 “과감한 쇄신으로 신뢰 높일 것”▼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지난해 공기업 선진화를 추진하면서도 가스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발생한 가스 사고는 145건으로 2008년 209건에 비해 31% 감소했다. 매년 200건 이상의 가스사고가 발생해온 2000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공사는 2015년까지 가스 사고를 2008년 대비 50% 줄이겠다는 당초 목표를 2011년까지 앞당겨 달성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결과는 공기업의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면서도 이뤄내 더욱 값진 것으로 평가된다. 가스안전공사는 지난해 전체 간부의 44%를 교체하는 대규모 인적교류 및 쇄신을 추진했고, 노사 관계에서도 노조 전임자 특혜 조항을 폐지하는 등 ‘법과 원칙’을 준수한 공공부문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박환규 가스안전공사 사장은 “지난해 대한민국 고객만족경영대상 5년 연속 수상 등 많은 성과가 있었다”면서 “지속적으로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등 더욱 신뢰받는 공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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