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수준에는 못미치지만 ‘인포챕터’의 꿈은 원대하다. 일차 목표는 정보 통합 관리 시스템을 사내에 구축하는 일. 이를 위해 팀원들은 △각 부서에서 어떤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지 △어떤 부서에서 어떤 정보를 필요로 하는지 △회사 중앙컴퓨터와 PC의 연결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 등을 차근차근 검토하고 있다.
‘인포챕터’의 최종목표는 이와 같은 주변 환경을 조성해줌으로써 한국쓰리엠에 지식경영 문화를 뿌리내리겠다는 것. 황차장은 “회사내 마케터들이 모여 마케팅 강화 방안을 논의하던 중 우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데 공감해 팀을 구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쓰리엠에는 ‘인포챕터’처럼 회사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구성된 팀이 30여개에 이른다. 팀별로 목표도 다양하다. 전자상거래 모델을 만들겠다는 팀, 사무용 제품의 군부대 시장 개척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팀, 비용 절감을 위해 통합 구매 시스템을 구축해보겠다는 팀, 수입에 따른 물류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구상하겠다는 팀….
이들 팀은 한국쓰리엠이 올해초 시작한 ‘뉴 부츠 팀즈’프로그램에 따라 결성됐다.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붙은 이 프로그램은 자신의 분야를 누구보다 잘알고 있는 사원들 각각으로부터 회사 발전 방안을 얻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
각 팀의 팀원들은 자료 수집, 잦은 회의 등으로 업무외 시간을 상당히 투자해야 하지만 이들 팀에 대한 회사의 지원은 ‘옹색’할 정도. 회의를 할 때면 간식비 정도를 지급하고 최종 목표를 달성한 팀에도 개인별로 10만원 상당의 상품만 내걸었다. 회사측은 또 좋은 결과물이 나오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는 하겠지만 인사 고과에는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원들의 참여열기는 뜨겁다. 황차장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가외의 일이지만 팀원들 스스로가 의아해 할 정도로 의욕적으로 이 일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회사의 기업문화가 자발적으로 창의적 일에 빠지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대학 동아리와도 비슷한 비공식적인 모임이기 때문에 각 팀의 이름에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자동차 제품부 사람들이 모여 만든 팀은 ‘자살모’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자동차 때문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임’의 준말. 69년 아폴로11호가 달에 착륙할 때 태어났다고 해서 박폴로란 이름을 얻은 팀장이 꾸려가는 팀은 ‘아폴로11’이란 이름을 내걸었다.
매출 예상 프로그램을 만드는 팀은 ‘족집게’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밖에도 ‘신데렐라’ ‘수호천사’ ‘사이클링 히트’ ‘언더그라운드’ ‘걸레’ ‘깔자깔자’ ‘파이오니아’ 등 각양각색의 간판을 내건 팀들이 오늘도 한국쓰리엠의 발전을 위해 머리를 짜내기에 여념이 없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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