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분야 다국적 기업인 한국오라클(대표 강병제)은 최근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과 같은 직급을 모두 없앴다.
조직내에서 차지하는 ‘지위’를 알려주는 직급체계가 능력제 중심의 회사 운영에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연공서열(年功序列)식 문화를 반영하는 직급체계가 이달 1일부터 폐지됨에 따라 임원을 포함해 630여명에 달하는 전직원은 항상 이름뒤에 따라다니던 ‘꼬리표’를 떼고 근무하고 있다.
오라클 관계자는 “호봉제를 대신해 3,4년전부터 성과급 제도를 시행해 왔는데 직급체계로 인해 부서 및 업무의 특성을 살린 목표 설정이나 일관성있는 평가기준 마련 등에 곤란한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직급이 사라진 뒤에도 사장 본부장 실장 팀장 등의 직책은 자신이 담당하는 직무와 결합돼 호칭으로 사용되는데 이는 지위가 아닌 조직내 역할을 표시하기 때문에 직급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 오라클측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직책명이 없는 사람에게는 ‘씨’ 또는 ‘선배’ 등으로 부르고 있으나 신입 사원들의 경우 고참급 선배를 부를 만한 마땅한 호칭이 없어 고민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89년 국내에 진출한 한국오라클은 원래 직급제도가 없었다. 그러나 영업활동을 하거나 은행과 거래할 때 불편한 점이 많아 국내 기업처럼 직급제를 도입했던 것. 이달부터 직급제가 사라짐에 따라 결국 10년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강사장은 “글로벌 경제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경직된 직급체계를 폐지해 조직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능력 위주로 회사를 끌고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02―369―9539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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