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국내 재벌들의 사업다각화를 경험적으로 뒷받침했던 GE의 경영전략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IMF위기를 통해 무분별한 사업다각화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졌지만 제조업과 금융사업을 연계해 경쟁력을 높여온 GE의 성공사례가 후속 ‘대안’으로 관심을 끌기 때문.
▽금융사업 강화〓초창기 전등과 발전기로 유명한 GE는 미국을 대표하는 제조업체. 그러나 81년 경영을 맡은 잭 웰치 회장은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92년까지 모두 220억달러 어치에 달하는 기업 사고팔기를 단행하면서 금융업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형’ 재벌기업으로 변신했다.
지난해 GE캐피털을 정점으로 금융부문이 올린 매출은 총매출의 절반에 해당한다. 금융업이 가세하면서 GE의 영업이익증가율은 80년대초 4%대에서 90년대 중반이후 15%로 껑충 뛰었다.
▽GE의 시너지경영〓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다각화기업의 시너지경영’이란 보고서에서 GE가 제조업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배경으로 △금융 및 서비스 부문이 제공한 저렴한 리스와 각종 자금제공 △금융부문의 노하우를 토대로 단기간에 인수기업 정상화를 이룬 점 등을 꼽았다.
제트엔진 사업의 경우 고객들에게 저렴한 리스와 금융서비스를 덧붙여 롤스로이스 등 경쟁기업을 따돌렸고 전자상거래를 담당하는 계열 서비스업체가 그룹 구매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줬다.
GE는 특히 기업매수를 ‘단발적인’ 사건으로 간주하지 않고 금융부문이 이질적 인수기업을 그룹체제에 편입시키는 윤활유 역할을 담당했다.
▽금융부문 시너지를 살리는 경영〓웰치회장은 다른 간접지원 부문에 대한 투자를 줄이면서도 그룹 최고의결기구인 ‘기업경영위원회’와 연수원격인 ‘크론톤 빌 경영개발원’에 대해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최고경영자간 정보교류를 활성화하고 그룹 구성원이 공통의 가치를 갖도록 유도한 것. 정보 흐름을 가로막는 직급간 지역간 장벽은 GE시너지의 최대 적이었다.
미국식 지주회사제도를 적절히 활용한 점도 눈에 띈다. 11개 사업부문이 자회사로 운영되기 때문에 GE는 배당이익을 뽑기 힘든 사업단위는 지주회사 생존을 위해 퇴출시켰다.
▽국내재벌, 금융―제조 통합효과 주력〓신규사업 진출이 어려운 가운데에도 국내 대기업들은 금융부문을 주력으로 키우고 있다. 5대재벌 주력업종엔 예외없이 금융업이 포함됐다.
협조융자를 받았던 한화그룹이 대한생명 인수의지를 밝힌 것도 비슷한 맥락.
재벌들의 금융업 강화는 경영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금융부문을 매개로 인수합병을 통해 단기간에 사업구조를 재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가 뒷받침되지 않는 금융업 확대는 ‘카지노 자본주의’를 초래하기 쉽다”고 우려한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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