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파트타임 매니저 모집.’
박씨는 ‘맥도날드’라는 이름을 들어보지도 못했지만 왠지 끌리는 마음에 지원을 했다. 햄버거라곤 노점상에서 만들어 파는 것 말고는 먹어본 적이 없던 그였다. 박씨는 “처음에는 맥도날드가 옷가게인줄 알고 지원했다”고 고백한다.
입사한 뒤에야 햄버거 체인점인 줄 안 박씨가 처음 맡은 일은 매장 청소. 얼마후 주방에서 햄버거를 만들거나 카운터에서 주문받는 일을 했다. 말이 좋아 ‘파트타임 매니저’지 실상은 아르바이트 직원이었다. 급여도 시급제로 ‘시간당 1100원’에 불과했다.
박씨는 “대학까지 졸업한 놈이 걸레질이나 하고 있냐며 큰 형님이 노발대발하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박씨의 현재 직함은 오퍼레이션 매니저(OM). 서울 시내 28개 매장을 관리하고 있다. 박씨는 94년 OM으로 승진했다. 미국 본사 직원들이 통상 10년 이상 근무해야 딸 수 있는 타이틀을 입사 7년째 되던 해 거머쥐었다. 박씨가 아르바이트 직원에서 가파른 승진 과정을 거쳐 매니저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맥도날드의 독특한 인사 정책 덕분이다.
박씨는 “아르바이트 직원들에게도 전혀 차별을 두지 않고 승진 기회를 주는 곳이 맥도날드”라고 소개했다. 실제 한국 지사의 관리직 직원 가운데 25%가 아르바이트직원 출신이다. 미국 본사는 절반 가까운 직원이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한 사람들. 현재 명예회장인 프레드 터너 역시 ‘걸레질’부터 시작한 아르바이트생 출신이다.
맥도날드 한국지사의 인사정책은 미국 본사의 인사 원칙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한국맥도날드 최영환팀장은 “맥도날드는 학력이나 성별에 따른 차별을 철저히 배격하는 인력관리 체계를 갖고 있다”면서 “능력이 있으면 배경에 관계없이 얼마든지 승진할 수 있다는 꿈이 있기 때문에 모두들 즐겁게 열심히 일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인사 정책의 또다른 장점으로 맥도날드 직원들은 “윗 사람이 아랫사람의 일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세심한 배려가 가능하다”는 점을 꼽는다. 박씨는 “아르바이트생 시절 겪었던 시행착오나 불합리한 관행 등을 늘 염두에 두기 때문에 현재의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똑같은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도록 조언하는 한편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애쓴다”고 말한다.
그같은 배려에서 박씨가 한 일 가운데 하나는 전화 걸기. 박씨가 아르바이트 시절을 되돌아보며 가장 후회하는 점은 밤늦게 일을 마친 뒤 술을 마시거나 당구를 치며 새벽까지 시간을 방탕하게 보냈다는 것. 박씨는 “점장 시절 일을 끝마치고 나면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집에 제때 들어갔는지 수십명의 직원들 집으로 일일이 전화 연락을 하곤 했다”고 말한다.
부하 직원에 대한 배려 때문에 상사가 매장을 순시하다 일손이 달리는 곳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카운터 일이나 주방 일을 거드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터너회장이 회장 시절 직접 화장실 청소를 했다는 사실은 맥도날드의 ‘전설’로 전해진다.
박씨는 “승진만 시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직책에 올랐을 때 그 직책에 걸맞은 이론과 실무를 철저히 교육시키는 것도 자랑거리”라고 덧붙였다.
승진단계별로숙독해야할책자가 지급되며 미국 본사나 동남아지사로가서공부할수있는기회가자주주어진다는것.
아르바이트 직원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는 인간중시 인사 체계 때문에 맥도날드 직원들은 “맥도날드에 어느 정도 근무하다 보면 혈관에 피가 아니라 케첩이 흐르는 느낌이 든다”는 우스갯소리로 애사심을 표현한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