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국지사에서 일하다 보면 외국 본사로 옮겨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도 외국기업에 들어가고 싶은 욕망을 부채질한다. 그러나 정작 한국지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아무리 일을 잘해도 본사로 발탁되는 경우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대답한다.
그런 점에서 루슨트 테크놀러지에 근무하는 서유경씨(32·여)의 ‘성공 스토리’는 유달리 돋보인다.국내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기업 한국지사에서 근무하다 미국 본사로 발탁된 뒤 본사에서도 현지인보다 더 우수한 캐리어 우먼으로 대접받고 있는 것.
서씨가 외국기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 4학년때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을 읽다가 우연히 접한 기사 때문. 미국 통신업체 AT&T에 관한 기사였다.
얼마 뒤 서씨는 AT&T의 구인 광고를 발견하고는 어떤 회사인지도 모른채 ‘작은 회사는 아니니까 타임에서 기사로 다루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지원서를 내밀었다.
본사로의 발령 기회가 찾아온 것은 입사 3년차이던 93년말. 서씨는 “평소 본사에서 출장나오는 임원들에게 열심히 일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준 것이 발탁의 배경이 됐다”고 밝혔다.
뉴욕 본사에서 서씨가 처음 맡은 일은 아시아지역에 대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일. 서씨는 미국 내에서만 이뤄지던 중고 통신기기 보상판매를 전 세계로 확대하자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아이디어는 즉시 채택됐고 이 아이디어 덕택에 그가 속한 부서의 매출은 94년 4억달러에서 올해 10억달러 이상이 될 정도로 증가했다.
서씨가 가기 전에는 회사내에서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부서가 회사의 핵심 부서로 급부상했다고.
서씨에 대한 평판이 사내에 퍼지기 시작했고 여러 부서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의가 쏟아졌다. 회사가 AT&T에서 분리돼 루슨트 테크놀러지로 간판을 바꿔단 뒤 현재의 부서로 옮긴 것도 현 부서장의 끈질긴 요청이 있었기 때문.
서씨는 외국 현지 기업에서의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철저히 그 나라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똑같이 생각하고 먹고 입고 말해야 한다는 것.
또 “당당하게 윗사람들과 ‘협상’할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씨가 회사의 전액 지원을 받으며 뉴욕대에서 MBA(경영학석사)과정을 마친 것도 서씨가 ‘협상’끝에 얻어낸 결실.
당초 회사측은 사규에 따라 등록금의 30%만 지원하려 했지만 서씨는 “내가 배우는 것은 곧바로 회사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고 상사를 설득,전액 지원을 관철시켰다.
서씨는 ‘휴먼 네트워킹’ 구성도 강조한다. 그는 “정으로 연결된 한국적 인간관계가 아니라 프로 대 프로로서 대할 수 있는 사람들을 주변에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씨는 자신의 휴먼 네트워킹 비법을 ‘멘토(mentor:조언자, 스승) 만들기’로 요약했다. 그는 상사건 부하건 동료건 배울게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있으면 찾아가 “나의 멘토가 되어 달라”고 부탁한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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