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中企플라자] ‘비주얼텍’ 철저한 현지화 美시장 공략

  • 입력 1999년 9월 27일 18시 44분


한국의 벤처기업에게 미국시장의 벽은 여전히 높고 두텁다. 수많은 국내 벤처기업이 소프트웨어의 본고장 미국시장을 노크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한국적 이미지’탈피▼

인트라넷 소프트웨어업체인 버추얼텍(대표 서지현)은 2년여에 걸친 시행착오 끝에 ‘한국색’을 지워 미국시장 진출에 성공한 케이스.

버추얼텍이 시애틀에 미국 현지법인을 설립한 것은 97년초.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함께 개발한 인트라넷 소프트웨어 ‘인트라웍스’가 국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워낙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성공을 자신했다. 인트라웍스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전자우편, 게시판, 전자회의 등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그러나 미국시장은 생각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버추얼텍은 정부의 해외시장 개척단에도 빠지지 않고 따라나섰다. 현지법인만으론 안되겠다 싶어 서사장이 직접 태평양을 건넌 것만도 10여차례. 닥치는 대로 현지 판매업체 관계자(디스트리뷰터)들을 만나 제품을 설명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그들은 한국에서 왔다는 말만하면 고개를 돌렸다. 인터넷 소프트웨어 분야에선 국내기술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자신했지만 미국에선 여전히 삼류 취급을 당하고 있었다.

서사장은 “‘한국 제품이 미국에서 팔리겠느냐’는 반응에 자존심을 상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털어놓았다.

▼홈페이지도 영어로▼

결국 영업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우선 제품과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한국’을 연상시키는 부분은 완전히 빼버렸다. 현지법인도 미국인과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교포들로 채워넣었다.

올해 6월부터는 사람을 직접 찾아가는 대신 인터넷을 통해 영어로 된 제품설명서를 뿌리기 시작했다.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제품을 시험 사용해본 후 결정하라는 뜻이었다. 제품의 성능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

▼올 15억원이상 수출 ▼

반응이 금새 나타났다. 얼마되지 않아 미국내에서 10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인터넷업체인 프리아이넷이 인트라웍스의 미국 버젼인 죠이데스크를 인트라넷 소프트웨어로 채택하겠다고 연락해왔다. 홍콩과 독일 브라질 등에서도 주문이 밀려들었다.

어느새 소문이 퍼졌는지 14일부터 16일까지 미국 애틀란타에서 열린 ‘넷월드 플러스 인터롭’ 전시회에서 버추얼텍의 부스는 발디딜 틈 없이 북적댔다. 버추얼텍은 ‘죠이데스크’만으로 올해 해외시장에서 15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서사장은 “소프트웨어 수출도 철저한 현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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