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숙(李榮淑·28·여)씨는 여느 날처럼 정신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손님들 주문 받으랴, 신발 정리하랴, 음식 나르랴 잠시도 앉아있을 틈이 없었다. 인터뷰 중에도 손님이 들어오면 문쪽을 향해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하는 걸 잊지 않았다. 피곤할 텐데도 목소리는 맑고 쾌활했으며 얼굴에는 웃음이 내내 떠나지 않았다.
일산 신도시 화정지구에서 솥밥집 ‘가마고을’을 운영하는 이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신나는 나날이다.
“같이 일하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늘 웃는 절더러 ‘깜찍이 사장님’이래요.”
작년 11월 창업하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사장님’이라고 불릴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7년전 판매원으로 근무하던 백화점에서 만난 남편(35)과 결혼해 두 아이를 낳고 기르는 동안 이씨는 ‘살림 잘하는 주부’ 역할에 만족했다. 그러나 작년초 새로 시작한 가구점이 잘 안돼 수천만원을 날린 남편의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면서 이씨는 “내가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함께 살고 있는 시부모님들은 처음에 맹렬히 반대했다. 그래도 며느리가 뜻을 굽히지 않자 평소 ‘아버지’‘엄마’라고 부를 만큼 흉허물 없는 사이인 시부모님들은 “잘 할 수 있겠냐”면서 걱정스러워 했다.
이씨 자신도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긴가민가 했던 건 마찬가지.그럴 때마다 ‘약해지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하곤 했다.
대신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기로 했다. 우연히 먹어본 솥밥 맛을 잊지 못한 이씨는 아이템을 솥밥집으로 정했다.
다음은 가게를 낼 위치 선정. 몇번 외식을 하던 일산 화정지구를 보름 동안 돌아다니면서 물색했다. 식당이 즐비한 동네지만 고깃집 밖에 없어 솥밥이라는 아이템이 충분히 먹혀들 것 것 같았다. 이씨는 본사(02―487―0404)가 권하는 대로변 자리를 사절하고 대로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간 상가를 택했다. 주변에선 ‘죽은 상가’라며 고개를 저었지만 이씨의 생각은 달랐다.
“가족 단위로 외식하기에는 대로변보다는 한적한 곳이 더 나을 것 같더군요.주차하기에도 편하구요”
21평 짜리 가게를 주변에 비해 싼 편인 보증금 4천만원 월세 1백40만원에 얻었다. 이씨의 생각은 적중했다. 손님이 몰리는 점심시간과 저녁 퇴근 무렵에는 손님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을 정도.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벤치까지 만들었다. 한달 수입은 평균 2천7백만∼3천만원. 인건비 집세 관리비 잡비 등을 제하고 나면 이중 30∼35% 정도가 순이익으로 잡힌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이씨의 성격도 손님을 끄는 요인. 남편은 손님의 입장에서 개선해야 할 점을 지적하는 ‘코치’ 역할을 맡고 있다. 남편은 굴솥밥 등 독특한 메뉴를 연구개발해 본사에서 이를 배워가기도 했다.
“돈도 돈이지만 한동안 잃었던 웃음을 되찾은 게 제일 기뻐요”
‘이 사장님’은 환하게 웃어보였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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