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개미열전]주식투자는 매도시점이 중요

  • 입력 2000년 8월 23일 18시 35분


‘따르르릉∼’

또다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수화기를 집어들자마자 남편의 고성이 터져나온다. “손절매했어?” “……” “손절매해야 몇 푼이라도 건진다고 했잖아. 정말 깡통차고 싶어서 그래?”

5월말경 ‘주부 개미’ 이수현(43)씨의 집에서 매일같이 펼쳐지던 풍경이다. 주식 투자를 한지 1년도 채 안돼 70%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이씨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왕초보 아줌마였다”고 털어놨다.

주부 투자자들이 흔히 그렇듯 이씨가 주식투자를 시작한 것은 공모주 청약에 손을 대면서부터였다. 처음 매수한 SBS 공모주는 이씨의 기대를 충족시키며 기분좋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씨는 ‘주식이란 사서 그냥 들고만 있으면 남는 장사구나’라는 ‘환상’에 사로잡혔다. 자연히 다른 종목에도 손을 뻗쳤고 투자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씨의 ‘환상’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여름 무렵. 일부러 그러기도 힘들 정도로 이씨가 매수하는 종목들이 줄줄이 ‘깨지기’ 시작했다.

제지주를 사고 나면 제지 업종 시세판이 파란색으로 변해버렸고 배당에 대한 기대감으로 증권주를 매입한 얼마 뒤에는 증권주 대폭락 사태가 빚어졌다. 이씨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한 것은 현대 사태.

이씨는 “5월말경 현대 사태가 터진 그 날은 잊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씨가 보유하고 있던 종목은 온통 현대 일색이었기 때문이다. 현대차, 현대건설, 현대증권…. 현대전자만 빼고 거의 모든 현대 그룹 계열사 주식을 갖고 있다시피했던 것.

이씨는 충격으로 몇 일을 앓아누웠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소위 우량주라고 하는 종목들만 샀는데 이렇게까지 깨질 수도 있나’라는 억울함이 울컥울컥 치솟았다. 속울음을 삼키길 몇 차례. 이씨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그제서야 깨달았다. 주식투자는 매수보다는 매도 시점이 중요한 ‘타이밍의 예술’이란 것을.

손절매를 잘해야 ‘주식 9단’이라고 늘 야단치던 남편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주가가 떨어질수록, 하락의 폭이 깊을수록 더욱 매도에 공포를 느끼는 ‘개미’의 투자 행태에서 벗어나자고 이씨는 다짐했다.

과감히 ‘손절매’를 하겠다는 각오를 하고나니 원금의 4분의1토막 밖에 남지 않은 주식도 가벼운 마음으로 처분할 수 있었다. 다행히 장이 회복돼 손실의 규모도 크게 줄어들어 원금의 70%선까지 회복했다. 이씨는 요즘도 보유 종목마다 손절 가격을 써서 컴퓨터 모니터에 붙여놓는다.

“손해를 보고 팔고 난 뒤 그 주식이 다시 올라도 ‘괜히 팔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 애씁니다. 주식 투자를 하는한 ‘손절 원칙’은 기필코 지킬 생각입니다.”

△단기 매매는 아마추어가 할 수 있는게 아니다 △장은 항상 열리니 천천히 복구하겠다는 자세로 임하라 △전문가 한 사람을 정해 그 사람의 시황을 꾸준히 참고하는게 좋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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