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연말 은행가 BIS비율 맞추기 비상

  • 입력 1999년 11월 23일 19시 57분


대우사태로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된 은행들이 연말결산을 앞두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상당수 은행들은 고객이 연체대출금을 갚으면 금리를 감면해주거나 밀린 이자만 받고 기존 부실대출을 정상여신으로 바꿔주는 ‘선심성 제도’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BIS비율에 자신이 없는 일부 대형은행들은 가계신용대출과 기업대출을 대폭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연말 자금사정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연체금 갚으면 이자 깎아준다〓현재 은행권의 가계대출중 원금이나 이자가 밀린 연체대출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6∼7%선. 이런 연체대출금을 갚으면 금리를 우대금리 수준으로 낮춰주거나 아예 면제해주는 은행도 있다.

조흥은행의 경우 1년이상 밀린 대출금을 연내 상환하면 최초 1년까지의 이자는 우대금리인 연 9.5%만 받고 1년이상 이자는 면제해준다. 평화은행은 연체된 대출원금을 모두 갚으면 연체이자의 50%를 탕감해주고 제일은행은 연체이자를 최고 연 15%로 낮춰준다.

이자상환을 조건으로 밀린 대출금을 정상여신으로 바꿔주는 대환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은행도 있다.

한빛은행은 원금을 1개월이상 연체한 고객이 밀린 이자만 갚으면 대출금을 새로운 정상대출로 바꿔주기로 했다. 외환은행은 연체기간이 1∼6개월인 가계대출과 일부 기업대출에 대해 이같은 방식을 적용하고 있고 주택은행은 추심전문 자회사를 설립해 무담보 부실채권 회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대출은 주택담보 위주로〓BIS비율 유지가 ‘발등의 불’이 되면서 위험가중치가 100%인 개인 신용대출은 신한 주택 하나 등 일부 우량은행에서만 정상적으로이뤄지는실정.그러나 위험가중치가 50%인 주택담보대출은 전 은행권이 금리를 낮춰가면서 대출세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외환은행 C지점장은 “아파트를 담보로 잡으면 떼일 염려가 없는데다 BIS 산정에도 유리하기 때문에 본점에서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저금리로 인해 돈굴릴 곳이 줄어들면서 과거와 같은 수신유치 경쟁이 사라진 것도 눈에 띄는 변화.

일부 대형은행들은 연내 만기가 되는 기업여신중 일부를 회수하고 신규대출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허용치 않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자본력 확충도 절실〓Y2K에 대한 우려로 국제금융시장의 자본거래가 끊긴 상태여서 국내 은행들이 해외증권발행이나 외자차입을 통해 자본을 늘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

국내 증시에서 유상증자도 힘들어지자 국민 외환 하나은행 등은 보유중인 부실채권을 담보로 각각 1000억∼3000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 증권(ABS)을 발행해 유동성을 확충하기로 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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