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은행은 이미 기존대출금 회수는 물론 신규 신용대출까지 끊어 Y2K 불안감과 맞물려 연말 자금난을 부추기는 실정. 은행권 내부에서조차 “모든 은행이 BIS 열병에 걸린 것 같다”는 자성론이 나온다.
▽BIS비율의 원초적 한계〓BIS비율은 금융기관의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금융기관 보유 유가증권에 대해 위험가중치를 부여한 자산액)으로 나눈 비율.
자산별 위험가중치는 현금과 국채가 0%이고 담보대출은 50%, 신용대출 무보증회사채 기업어음(CP) 등은 100%.
예컨대 A은행이 100억원을 현금으로 보유하면 단 한푼도 위험자산으로 분류되지 않는 반면 이 돈을 신용으로 빌려주면 대출금 전액이 고스란히 위험자산에 편입된다.
은행이 고객의 예금으로 조성한 자금을 굴려 이익을 낼 궁리는 하지 않고 안전한 자산으로만 보유하려 들면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A은행 관계자는 “위험이 클수록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법인데 안전 위주로만 운용하려는 풍조가 퍼지면서 ‘기업가 정신’이 퇴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환은경제연구소 홍현표(洪賢杓)선임연구원은 “은행들이 위험자산 운용을 기피하면 신용경색에 따른 피해는 결국 은행으로 되돌아온다”고 지적했다.
BIS비율 집착은 ‘기업대출 위축→자금난 심화→부도업체 증가→부실채권 양산→BIS비율 하락’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
▽“운영의 묘가 중요하다”〓국제결제은행이 권장하는 BIS비율 8%는 금융기관이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부실에 대비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치’.
한국금융연구원 손상호(孫祥皓)연구위원은 “대우 계열사 외에 현재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진행중인 업체가 수십여개에 이르는만큼 일정 수준의 완충비율 설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국내 경제여건을 감안해 적정한 것으로 보는 BIS비율은 10∼12%선. 외환위기 직후에 비해 국가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된만큼 이 수준만 되면 구체적인 비율설정은 은행 자율에 맡기고 금융당국이 나서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BIS비율에 신경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제2차 은행 통폐합이 현실화될 경우 BIS비율이 높은 은행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예상 때문.
이 때문에 금융계에선 눈앞의 BIS비율에만 급급하다 보면 금융부문의 경쟁력 강화는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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