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중심으로 체질변화의 몸짓을 보이고 있어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정재계간 ‘밀월’을 점치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정부는 2일 오후 4대그룹 총수 및 주요 경제단체장과 경제부처 장관 등이 참석한 ‘IMF 위기극복 기념회동’을 가진 데 이어 15일 이후 올해의 마지막 정재계 간담회를 개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4대그룹 관계자들은 “이기호(李起浩)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달 11일 김각중(金珏中) 전경련 회장대행의 취임 축하모임에 참석해 이같은 방침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전경련 고위관계자도 “마지막 정재계 간담회는 재계의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 향후 구조조정을 ‘격려하는’ 성격의 모임이 될 것이란 얘기를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재계는 이같은 정부 정책기조의 변화가 △재벌 개혁의 뼈대가 연내 대충 마무리되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재계와의 서먹한 관계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1월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당선자와 5대그룹 총수의 회동으로 시작된 정재계간담회는 올해 8월25일 청와대 회동 때까지 일관되게 김대통령의 강도높은 개혁촉구와 채권단의 이행점검 등이 이어지면서 대부분 총수들은 상당한 압박감과 ‘개혁 피로증후군’을 느껴왔다.
전경련은 이같은 정부 정책기조 변화에 적극 호응하기 위해 지난해 9월 발표했던 5대그룹 빅딜업종 중 유일하게 타결되지 않은 삼성종합화학과 현대석유화학간 통합을 서두르고 있다. 유화빅딜은 최대의 걸림돌이었던 채권단의 출자전환이 ‘조건부 승인’으로 결론나면서 현재 기준 통합추진본부장이 일본에서 투자조건을 최종 협의하고 있다.
전경련은 이와 함께 9일 열리는 이사회에 이헌재(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을 초청, 2년 동안 재계의 구조조정에 대한 총평을 들을 예정이다. 지난해 초 비상경제대책위원장 시절 전경련을 한차례 방문했던 이위원장이 공식적으로 전경련 모임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두번째.
전경련은 이사회 모임에 앞서 같은날 오전 이례적으로 총수들이 참석하는 회장단 회의를 개최, 공식 의결기구인 이사회의 위상을 대외적으로 과시할 계획이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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