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 LG상사가 최근 구매전용카드로 상거래상의 결제업무를 처리하기로 합의했기 때문. 협력업체가 납품을 마치면 LG상사는 이 사실을 하나은행에 통보하고 거의 동시에 해당기업 계좌에는 물품대금이 입금된다.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2000년을 앞두고 큰 시름을 덜었다는 표정. LG상사가 비록 신용도가 높은 우량기업이긴 하지만 그동안 어음을 현금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금전적 손해가 적지 않았고 그 절차도 번거로웠던 탓이다.
◆하나銀등 적극적
어음제도 폐지론이 거세지면서 신용카드로 기업간의 외상거래를 대신하는 구매전용카드가 어음제도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금융당국도 구매카드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법인세 및 소득세 감면 등 각종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어떻게 거래되나〓신용카드를 사용할 경우 실제 구매시점과 결제시점간에 시차가 발생하는 특성을 이용해 금융기관과의 카드거래로 어음 또는 외상거래를 대신하는 개념.
공급업체 A로부터 물품을 구입한 구매업체 B가 어음 대신 카드전표를 발행하면 A는 이 매출전표를 근거로 은행에 대금을 청구하고 은행은 일정액의 수수료(이자)를 떼고 돈을 내준다. 은행은 결제기일이 지난 뒤 B에게 대금을 받는다.
A는 수수료를 내더라도 납품과 동시에 현금을 확보하는 장점이 있고 B는 사실상 할부구매 혜택을 누리면서 결제일까지 자금을 추가 운용할 여지가 생기고 어음기일을 관리할 부담도 없어진다. 금융기관은 안정적인 기업 거래처를 확보하고 수수료도 챙길 수 있어 적극 환영.
▽보급 전망〓구매전용카드가 첫선을 보인 것은 97년말이지만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올 하반기부터. 하나 신한 한미 등 새 금융기법 도입에 열성인 우량은행들과 LG 외환카드 등이 판촉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수만개 기업 혜택
현재 카드회원으로 가입한 업체는 코카콜라 동원산업 보광훼미리마트 등 40여개로 협력업체까지 합하면 실제로 이용하는 기업은 수만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구매카드 확산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어음거래 관행에 깊이 젖어든 기업들의 타성.
통상 구매전용카드의 결제기일은 60일이어서 어음발행을 통해 결제기간을 최대 6개월까지로 늘리는 데 익숙해 있는 구매업체 입장에서는 왠지 손해보는 듯한 느낌을 갖기 쉽다.
수수료 체계도 보완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금융기관들이 지급액 중 2∼3%를 이자로 떼고 있어 대금수령 횟수가 늘어날수록 납품업체들의 손실도 증가하게 된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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