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은행 '돈풍년'…Y2K현금수요 대비 'OK'

  • 입력 1999년 12월 12일 19시 47분


연말이 다가오면서 전국의 은행지점 금고마다 현금이 넘쳐나고 있다.

올 연말과 내년초 Y2K에 대한 우려 때문에 현금수요가 급증할 것에 대비해 은행들이 일선 지점에 내려보내는 현금액수를 대폭 증액하거나 지점별 현금보유한도를 폐지하는 조치를 잇달아 취하고 있기 때문.

한국은행도 금융기관들이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지 않도록 조폐공사에 대한 화폐발주량을 늘려 신권을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다.

▼한은 유통직전의 돈 3~4조규모 늘려▼

▽한은 “돈은 얼마든지 찍겠다”〓Y2K에 대한 불안으로 연말연시에 현금인출 사태가 빚어지더라도 은행에 돈이 바닥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한은은 장담한다.

한은은 최근 조폐공사로부터 납품받아 보관하는 발행준비자금의 규모를 화폐발행 잔액의 70∼80%에서 100%로 높였다. 발행준비자금이란 겉모양은 돈이지만 정식 발권절차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종이’나 ‘쇠’에 불과한‘화폐이전’의단계.

현재 시중에 유통중인 화폐발행잔액이 16조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결정으로 한은이 비축하는 현금은 대략 3조∼4조원 늘어나는 셈이다.

한은은 또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지급준비금 중 자체적으로 현금형태로 보유할 수 있는 비율을 종전 35%에서 50%로 높였다. 이에 따라 은행권 전체에 약 2조원의 현금이 추가로 공급될 전망.

▼일선지점에 돈 공급 고객불편 줄이기로▼

▽은행 금고마다 ‘돈풍년’〓한은이 자금줄을 풀어놓자 시중은행들의 현금사정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은행들은 넉넉히 확보한 현금을 일선지점에 골고루 나눠주고 있다.

한빛은행은 지점당 2억5000만∼16억원으로 묶어놓은 현금보유한도를 이달부터 내년 2월말까지 3개월간 한시적으로 없앴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의 불편을 최대한 줄이자는 취지에서 약간의 수익 손실을 감수한 것”이라며 “현금이 늘어난 만큼 금고를 좀 더 철저히 관리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조흥은행은 전국 480여개 지점의 총 현금보유한도를 1900억원에서 3400여억원으로 늘려잡았다. 지점장 판단에 따라 현금비축 규모를 종전보다 최고 두 배 가까이 확충하되 모자라면 본점에서 추가로 돈을 공급한다.

은행 실무자들은 “금융기관들은 12월31일부터 내년 1월3일까지 문을 닫지만 현금서비스를 제외한 신용카드 이용은 가능하다”며 현금을 지나치게 많이 보유하기보다는 꼭 필요한 금액에 약간의 여유분을 더하는 정도만 찾아둘 것을 당부하고 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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