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신용카드 수수료 낮춘다 한들…

  • 입력 1999년 12월 14일 19시 39분


수수료 인하에 극도로 인색한 신용카드사들이 ‘가맹점수수료를 낮추라’는 서울YMCA와 백화점 의사 변호사 음식점 등 사업자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내년초부터 수수료를 깎아주기로 했다.

A카드사 사장은 “현 수수료율은 손익분기점을 약간 웃도는 수준에 불과해 인하 여력이 없지만 워낙 해당업계의 압력이 강한만큼 소폭이나마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혜택은 고스란히 자영업자 몫이 되는 반면 직장인 등 일반회원에 대한 서비스는 오히려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의 승리〓서울YMCA와 10개 사업자단체는 지난달말부터 일부 카드에 대해 ‘사용 자제 캠페인’을 벌여가며 가맹점수수료 인하를 요구한 끝에 고집세기로 소문난 카드업계의 콧대를 꺾었다.

가맹점수수료란 고객이 물품이나 서비스를 카드로 구입할 때 가맹점이 카드회사로부터 판매대금을 먼저 지급받는 대가로 부담하는 이자. 업종에 따라 매출액의 1.5∼5.0%(평균 2.86%)로 정해져 있다.

카드사들은 금융비용 등 수수료원가가 2.78%에 달해 더이상 낮추기 곤란하다고 주장하지만 가맹점측은 “신용카드 사용인구와 금액이 증가하면서 각종비용이 줄었기 때문에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고 반박한다.

카드업계는 평균수수료와 원가의 차인 0.08%를 내심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지만 사업자단체는 0.8%는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시불 및 할부구매를 통한 7개 신용카드사의 연간 매출액이 40조원선이므로 수수료를 0.8% 낮출 경우 수익감소는 3200억원.

▽일반회원이 손해본다〓카드업계는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줄어드는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일반회원에 대한 혜택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문제.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金京源)수석연구원은 “가맹점 부문에서 역마진이 생기면 카드사들은 연체이자를 올리거나 금리인하 요인이 발생해도 현금서비스 이자를 낮추지 않는 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맹점수수료 인하조치가 장기적으로 가맹점을 늘려 카드사용을 촉진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카드사 전체의 수익구조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지 않은채 자영업자 부담만 덜어주는 식의 수수료 조정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

카드사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현금서비스 금리는 최고 연 29%이고 할부구매 수수료는 연 14∼19%, 카드론 금리는 연 9∼19.5%에 달한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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