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2) 주민들이 상경한 태백시의 한 탄광 옆. 수십t의 석탄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가져가는 사람이 없어 벌써 수년째 그대로인 석탄더미는 비닐로 덮어놓았으나 비만 오면 씻겨나가 주변은 금세 지저분해진다. 태백시 곳곳에서 이런 ‘검은 산더미’를 흔히 볼 수 있다. 전국적으로는 이런 재고가 1000만t이나 된다.
금세기 우리 경제와 함께 성장해온 석탄이 어느덧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과거 ‘산업의 불’이자 서민들의 연료였던 석탄은 ‘21세기 고개’ 앞에 힘겨워하고 있다. 세기말 우리 경제의 또 하나의 풍경이다.
▽기간 에너지이자 서민의 연료〓본격적인 경제개발 가도에 접어든 60년대부터 석탄은 산업의 기간 에너지로 급성장했다. 30∼40년대에 겨우 3만∼5만t이던 석탄생산량은 65년 1000만t을 돌파했다.
66년에는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46.2%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제1 에너지원’이었다.
석탄은 또 수십년간 서민의 연료로도 사랑받았다. 연탄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게 정부 물가 정책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겨울철이면 연탄가스 중독 사망사고 소식이 거의 매일같이 신문에 실렸을 정도.
▽석유와 가스 등에 밀려나〓70년대까지도 석유와 경쟁을 벌이던 석탄은 그러나 이후 열세를 보이며 밀려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석유는 물론 원자력과 가스의 추격을 받고 있는 실정. 현재 연간 소비량은 400만t을 겨우 넘는 정도다.
그나마 이것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 겨우 늘려놓은 규모다. 가령 한국전력이 최근 준공한 동해화력 발전소에 무연탄을 사용키로 한 것도 ‘석탄산업 보호’ 차원이었다.
일반 가정에서도 연탄을 때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21세기 고개’ 넘을 수 있을까〓석탄 수요가 감소한 것은 몇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채탄 비용의 증가로 단가는 올라간 반면 가스 등 값싼 대체 에너지까지 개발됐다. 여기에 공해 연료라고 해서 ‘구박’까지 받았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훨씬 전부터 석탄 사용이 급격히 감소했다.
석탄이 앞으로도 살아남으려면 결국 이런 문제를 풀어야 한다. 산자부 관계자는 “석탄의 완전연소 기술 개발 등 업계의 자구노력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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