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은행들 보험-증권社와 손잡기 전쟁

  • 입력 2000년 1월 6일 19시 39분


‘우량 제휴선을 잡아라.’

은행들이 우량한 2금융권 금융기관과 전략적 업무제휴를 맺기 위해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

17일로 예정된 금융감독원의 금융권 겸업 허용 발표를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전략. 일부 은행은 사업계획을 확정하거나 원가분석도 하지 않은 채 일단 계약부터 하고보자는 식으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금융겸업이란〓은행권의 전통적인 수익원인 예대마진(대출금리에서 수신금리를 뺀 것)이 계속 줄어들면서 새로운 수익원 개발이 은행권 생존의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

은행권 예대마진은 98년말 4.0%포인트에서 지난해말 2.52%포인트까지 하락했으며 올 상반기 중 2%포인트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게 한국은행 분석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17일 금감위 정례회의를 거쳐 금융업종간 업무제휴를 사전신고제에서 사후보고제로 바꾸고 제휴범위도 넓혀준다는 계획. 은행의 경우 앞으로 지점 창구에 제휴 보험사의 보험모집인을 두고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도 있고 증권사 객장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비치할 수도 있다.

은행권은 업무제휴를 통해 2금융권 우량 금융기관의 영업노하우를 전수받게 되면 향후 종합금융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형 증권 보험사 잡기 비상〓은행권은 현재 거액의 고객예탁금과 보험료를 보유하고 있는 증권사와 보험사를 업무제휴의 타깃으로 삼고 있다.

각 은행은 지난해말 3, 4개씩의 증권 손해보험 생명보험사들과 포괄적 업무제휴를 체결한 상태이며 이달 안에 가능한 한 많은 금융기관과 제휴를 맺는다는 계획.

신한은행은 모든 증권사와 제휴의사를 타진 중이며 조만간 5개 손보사와 포괄적 업무제휴 계약을 체결키로 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당초 이달말부터 제휴선을 찾을 계획이었으나 다른 은행들이 선수를 치고 나와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도 다음주까지 5개 안팎의 손해보험사와 업무제휴를 체결할 예정이며 서울 조흥 하나 등 거의 모든 은행들이 각각 5, 6개의 증권 보험사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업계 1, 2위의 증권 보험사들은 거의 모든 은행으로부터 업무제휴 제안을 받고 있는 형편. 삼성화재는 이미 7개 은행과 제휴를 맺었으며 다른 2, 3개 은행과도 현재 협의를 진행중이다.

은행권의 업무제휴 목표 1순위는 영업기반이 탄탄하고 고객층이 두터운 삼성생명. 대부분의 은행들이 삼성생명과의 제휴를 최우선목표로 끊임없는 ‘구애작전’을 펴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4, 5개 은행으로부터 이미 업무제휴 제안을 받았지만 여러 은행과 제휴를 맺을 경우 고객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어 1개 선도은행과만 손을 잡는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예금 대출 등 고유업무 소홀 우려〓은행들이 수익성만을 고려해 경쟁적으로 2금융권 상품을 취급할 경우 주요 자금중개기관인 은행의 여수신업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제휴관계에 있는 2금융권 금융기관이 부실화할 경우 제휴관계에 있는 은행 자체의 신용도도 함께 떨어져 영업에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는 분석.

전문가들은 은행권의 과열경쟁이 계속될 경우 향후 과잉 중복투자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업무제휴의 목표와 수익성 분석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규모와 고객층에 맞는 제휴기관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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