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주가 폭락해도 증권사는 콧노래

  • 입력 2000년 1월 24일 18시 34분


‘주가는 떨어져도 증권사 이익은 눈덩이’

올들어 주가가 단숨에 100포인트 이상 폭락하며 개미군단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반면 증권회사는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흑자행진을 달리고 있어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개미군단은 증권사가 내놓은 장밋빛 주식시장 전망을 믿고 투자에 나섰다가 ‘쪽박’을 차는 위기를 겪으며 ‘풍요 속의 빈곤’을 뼈저리게 절감하고 있는 것.

▼세달동안 1조5000억 벌어▼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석달 동안 24개 증권사가 벌어들인 순이익은 1조4859억원(세전)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에 현대증권이 2148억의 순이익을 냈고 삼성증권이 1731억원, 대우증권과 LG증권도 각각 1539억원과 1493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대신증권과 동원증권도 1000억원대의 순익을 거둬 대규모 이익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비록 주가는 떨어져도 사자와 팔자간의 거래는 꾸준히 이뤄져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입은 지난해에 이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

이달 중 하루 평균 거래량은 거래소 기준으로 3조6577억원에다 코스닥 평균 거래량 2조원선까지 합치면 증권사들이 챙기는 수수료 수입만도 하루 평균 340억원 규모.

이에 반해 주가하락으로 투자자들이 감수해야 하는 고통은 남다르다. 지난해 말 349조5039억원에 달한 시가총액은 이달 21일 현재 324조1403억원으로 20일만에 25조3637억원이나 감소했다. 1월에는 무조건 주가가 오른다는 ‘1월 효과’와 핑크빛으로 연초 장을 낙관한 증권사만 믿고 무작정 주식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순식간에 거금을 날려버린 것. 특히 코스닥에서는 반토막은 다행이고 원금의 3분의 1수준으로까지 주가가 폭락한 종목이 수두룩하다.

▼투자자 눈치보며 쉬쉬▼

24개 증권사가 지난해 4월부터 연말까지 벌어들인 이익 규모는 무려 4조972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99사업연도가 끝나는 올 3월까지 순이익규모가 최소한 6조원선에 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세금을 제하고 대우채권 손실을 회계에 반영해도 2조8000억원에서 3조원의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증권사들은 주가하락으로 고민하는 투자자들의 정서를 감안해 호황분위기를 쉬쉬하는 눈치. 이달 중에는 지난 해 3·4분기(9∼12월) 성과급까지 받기 때문에 보너스 규모는 증시 상황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적인 숫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증권사 직원들은 투자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한 듯 “10년 만에 찾아온 호황인데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불붙을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증권사 직원들이 ‘돈잔치’도 올 상반기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며 엄살을 떨고 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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