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지하 6층 지상 46층 규모의 최고급 주거복합아파트 대림 아크로빌. 이 아파트 입주민들은 ‘그들만의 성(城)’에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다. 10대 청소년에서 70대 노인까지 이곳 아파트에 입주해 있는 1500여명의 주민 대부분은 최고급 호텔 수준의 편의시설을 자신들만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그러나 녹지공간이 없고 관리비가 비싼 탓에 이곳 생활을 후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아크로빌 인근에는 2002년말까지 66층 규모(1233가구)의 고급 주거복합 아파트 타워팰리스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이 일대는 부를 상징하는 새로운 주거지역으로 떠오를 전망. 아크로빌 입주자들의 생활을 통해 ‘신흥 부촌(富村)’으로 떠오르고 있는 도곡동 주거복합 타운 생활의 허와 실을 들여다본다.
▼헬스-사우나 갖춘 초고층型▼
▽호텔 같은 아파트〓74평형에 살고 있는 주부 H씨(41)는 매일 오전 지하 수영장을 찾는다. H씨는 여기서 대학 체육과 출신 강사에게 수영강습을 받거나 같은 건물에서 헬스와 사우나를 즐긴다. 습식 건식 모두를 갖춘 사우나는 최고급 호텔 수준.
변호사 L씨(47)도 지난해말 이 아파트로 이사를 온 뒤에는 지하 골프연습장에서 아침운동을 시작하고 있다. 타석에 들어서기만 하면 자동으로 공이 솟아 나오기 때문에 공바구니를 들고 다닐 필요도 없다. 외국을 드나들며 사두었던 고급 양주를 클럽하우스에 맡겨두면 언제든지 와서 간단한 안주만 시켜 놓고 마실 수도 있다.
방학을 맞은 고교생 K군(17)도 요즘에는 건물 내에서 하루일과를 마무리한다. 27석 규모의 2층 독서실에서 친구들과 함께 공부를 하고 내부 노래방이나 당구장에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기 때문.
아파트 내 패밀리룸이라 불리는 ‘노인정’에는 최고급 안마의자가 설치돼 있고 대형TV와 바둑 장기 등을 둘 수 있는 시설도 갖춰져 있으며 아기 놀이방은 장난감 천국이다.
100석 규모의 ‘커뮤니티 홀’은 일주일에 한두번씩 입주민들이 집들이나 잔치를 여는 장소로 활용하고 있으며 2층 비즈니스룸에서는 컴퓨터나 팩스 등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각 가구에는 고급 월풀 욕조와 이탈리아산 대리석 세면대, 자연 느낌이 살아나는 캐나다산 원목바닥재 등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살려주고 있다.
▼녹지공간 없어 입주자 불만▼
▽녹지공간 없고 관리비 비싸〓녹지공간이 없는 것이 이 아파트 최대의 흠. 사방이 고층건물로 둘러싸여 있어 주거의 편안함을 찾을 수 없다고 말하는 입주민도 많다. 지나치게 높은 곳에서의 생활이 부담스러워 초고층 아파트를 떠나는 이들도 있다.
관리비도 한달에 평당 1만2000원 선으로 일반 아파트에 비해 30∼40% 비싸다. 70평대의 경우 월 관리비가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스포츠시설 등 공용시설을 이용할 때마다 일정액을 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
전용면적이 작은 것도 입주자들 공통의 불만사항 중 하나. 예를 들어 72평형은 전용면적이 52평에 불과하다.
당초 54∼74평형이 평당 1300만원 안팎에 분양됐지만 이런 저런 단점들 때문에 최근 거래가격은 분양가격에서 500만∼1000만원 떨어진 상태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초고층 호화아파트의 정착 가능 여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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