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작전세력의 천국' 코스닥

  • 입력 2000년 2월 13일 19시 34분


최근 코스닥시장의 거래규모가 거래소시장을 추월할 정도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주가조작 세력을 적발하는 시스템은 ‘수공업 수준’에 머물러 있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하루 평균 100만건이 넘는 코스닥시장 주문건수 중에서 이상(작전 의혹성)매매를 찾아 판단을 내려 작전세력을 찾아내는 곳은 증권협회 감리부. 그러나 낙후된 시설과 시스템으로는 지능적인 작전세력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거의 수작업에 의존〓협회 감리부는 우선 컴퓨터를 통해 종목별 주가와 거래량을 기준으로 이상종목을 선별한다. 별다른 이유 없이 주가가 급등하고 거래량이 많아지면 이상매매 후보가 된다. 이후 과정은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매매명세를 프린트로 출력한 뒤 일정 기간을 설정해 거래의 이상 유무를 일일이 검토하는 것. 1월에야 팀 단위의 조직을 20여명의 감리부로 확대 개편했다.

반면 거래소는 주가감시(스톡워치)시스템으로 이상매매를 자동 식별한다. 과거 통계로 마련한 조건을 미리 입력, 여기에 걸리는 매매가 발생하면 자동 경보음이 울린다. 시세조정혐의가 포착되면 심리지원시스템으로 정밀분석해 결론을 내린다.

거래소 홍동식(洪同植)이사는 “스톡워치 시스템은 세계 최고수준인 미국 뉴욕 증시로부터 기법을 전수받아 3년간 개발한 것”이라며 “종목당 하루 매매건수가 10만건을 넘으면 수작업으로 감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단기적 보강 힘들어〓협회는 최근 60억원을 들여 거래소 수준의 감시시스템 개발을 시작했다. 거래소 시스템을 개발한 옛 과학기술원(KIST)팀과 전자통신연구원에 발주한 것. 그러나 감시시스템은 9월, 심리시스템은 12월에나 가동될 전망이다.

첨단 시스템이 본격 가동하기 전까지는 코스닥시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추격매매나 뇌동매매 등 ‘블라인드 게임’에 경보를 울릴 수단이 없는 셈.

협회 감리부 관계자는 “협회의 감시기능 수준은 거래소와 비교하면 한참 멀었다”고 스스로 인정할 정도. 이 때문에 일부 증권전문가들은 “현재 코스닥시장은 ‘방범초소는커녕 가로등도 없는 밤거리’와 같다”고 말하고 있다.

▽양 기관간의 신경전〓코스닥시장의 감리수준 향상을 위한 거래소와 협회의 협조가 ‘조직이기주의’에 의해 무시되고 있다.

예컨대 첨단시스템을 개발하기보다는 거래소의 시스템을 매입하는 방안은 일찌감치 기각됐다. 거래소가 많은 감리인력을 내주겠다는 제안은 협회 노조가 “기존 직원들의 승진길이 막힌다”며 반대했다. 대신 숙련된 인력을 ‘파견’해달라고 하자 거래소가 “첨단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인력지원은 소용이 없다”며 거부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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