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이 이미 우량 금융기관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데다 그동안 금융권의 로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예금부분보장제도를 내년에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금 비중을 줄여라〓종금사로 계속 잔류하려는 회사들은 최근 자발어음 발행을 통한 예금유치업무를 점차 축소하고 있다. 대신 싼 금리의 콜거래와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중장기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최근의 나라종금 사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시장에 한번 잘못 알려질 경우 일시적인 예금인출로 유동성위기를 맞을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예금부분보장제로 인해 하반기부터 자금이동이 본격화되면 많은 예금을 갖고 있는 것이 오히려 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불종금 유병헌사장은 “과거에는 대출이 부실화해 금융기관이 타격을 입게 되는 대출리스크가 컸지만 소형금융기관은 예금을 많이 가질수록 예금인출로 인한 위험이 대출리스크보다 커지고 있는 추세”라며 “예금비중을 점차 줄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불 경수종금 등은 예금유치인력을 리스업무와 벤처투자 등 틈새시장 쪽으로 재배치하는 등 그동안의 은행성격 업무를 점차 버리고 투자은행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2000만원 마케팅 전략〓내년부터 원금과 이자를 합쳐 2000만원만 보호되기 때문에 최근 거액의 예금을 쪼개서 여러 금융기관에 분산 예치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1년짜리 정기 예금에 들 때도 1800만원 정도로 여러 금융기관에 나눠 드는 형태다.
예금부분보장제에 가장 민감한 신용금고업계는 아예 이를 겨냥한 마케팅상품까지 들고 나오고 있는 실정. 해동금고는 2000만원 이하 예금자에게 이자를 0.3%포인트 더 주고 있으며 골드금고와 신중앙금고는 아예 2000만원 이하로만 가입할 수 있도록 하되 시중은행보다 높은 1년만기 연 10.5%∼11.0%, 2년 만기 11.5%∼12.0%의 고금리를 내걸고 있다.
금고업계 관계자는 “빠져나가려는 예금고객을 이같은 상품을 통해 붙잡아두고 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결국 우량 금융기관과의 합병이나 금고간의 짝짓기를 통해 대형화하는 방법밖에 마땅한 탈출구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도 평화은행 등 규모가 작은 은행을 중심으로 2000만원자리 절세형 상품을 설계하고 있으며 하반기 이후 순차적으로 판매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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