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미분양 찬바람에 '떴다방' 와르르

  • 입력 2000년 3월 2일 19시 57분


‘떴다방도 망한다?’

지난해 아파트 분양열기를 틈타 거액의 분양권 매매차익을 챙겼던 속칭 ‘떴다방’들이 용인지역과 초고층아파트에 불어닥친 분양한파로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특히 분양시장이 사라지다시피 한 용인지역에서는 상당수 떴다방들이 수억원대의 빚을 지고 매달 수천만원대의 이자를 무는 실정. 사무실 운영비 부담 때문에 아예 문을 닫은 업체도 있다.

분양가 거품 논쟁과 비싼 관리비 때문에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초고층 고급아파트에 투자한 떴다방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떴다방이란〓청약을 통해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미계약 물량을 분양가의 20%만 내고 사들인 뒤 프리미엄을 붙여 되파는 방법으로 이익을 챙기는 부동산업자를 가리킨다. 분양이 잘 되는 곳에서는 전체 분양물량의 30%가 떴다방의 손에 들어갈 정도로 번창한다. 건설업체들이 분양 붐을 조성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떴다방을 동원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용인지역에 투자했던 업자들은 수억원씩을 챙겼으며 초고층아파트에서도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떴다방, 왜 망할까〓용인지역 난개발에 대한 언론보도가 잇따르면서 최근 분양시장이 얼어붙자 10∼20채씩 아파트를 확보해둔 떴다방들이 수억원대의 손해를 보고 있다. 확보해둔 아파트의 분양권 시세가 당초 분양가를 밑도는데다 10억원 이상씩 묶인 돈에 대한 금융비용만 매달 1000만원 이상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 용인지역 500여 부동산업자들의 80% 가량이 이미 수억원대의 손해를 봤으며 이중 10여개 업체는 아예 문을 닫아버렸다. ‘공장’으로 불리는 50채 이상 보유업자의 경우 손해규모도 10억원대를 넘는다.

용인 수지에서 부동산업체를 운영중인 C씨(37)는 “거래가 사라지면서 대형아파트 16채에 15억여원이 묶이는 바람에 매달 1200만원씩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며 “중도금 납기일이 가까워지고 있어 상황이 심각하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업자 L씨(44)도 “분양가보다 1000만원 이상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내놓아도 사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큰 관심을 모은 초고층아파트에 투자한 떴다방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청약통장이 필요없는 초고층아파트 분양 때 친지 명의까지 빌려 닥치는대로 로열층을 사들였지만 지나친 관리비 부담과 수요 감소로 인기가 시들해지자 역시 수천만원대의 손실을 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연구위원은 “부동산업자들이 분양권 전매를 매개하는 본업에 충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손해를 입게 된 것”이라며 “떴다방의 몰락은 시장의 순기능에 따른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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