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자사株소각' 쉽지 않고 효과도 의문

  • 입력 2000년 3월 7일 20시 06분


새한정기에 이어 현대자동차가 주가를 띄우기 위해 자사주 소각 방침을 공표했다. 다른 몇몇 상장업체들도 자사주 소각을 적극 검토중이다.

문제는 현행법상 자사주 소각 절차가 아주 까다로워 주가 부양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지 의문이다.

일부 증권전문가들은 “몇몇 기업은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주가하락에 대한 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당장 가능하지도 않은 자사주 소각 방침을 흘리는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 주총 특별결의 필요 ▼

▽까다로운 규정〓현행 상법은 자사주 소각을 자본감소로 보고 주주총회에서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하는 특별결의를 요구하고 있다. 주식분산이 잘된 기업일수록 특별결의를 하기 어려운 ‘역설’이 성립하는 셈.

또 한달 간의 이의제출기간에 반대하는 채권자에게는 빚을 갚거나 담보를 주도록 했다. 자사주 소각으로 자기자본이 줄어들면 부채비율이 늘어나는 점도 고민거리. 정부의 부채비율 200% 이내 준수 지침이 엄연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이미 자사 중 매입 소각을 발표한 새한정기와 소각을 적극 검토중인 한국담배인삼공사는 무차입 경영으로 이의를 제기할 채권자가 없는 게 큰 이점이다. 소각 방침을 밝힌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7일 “자사주 소각 결정은 법률이 개정된 후에 추진할 사안”이라고 한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상법을 손질하거나 자사주 취득을 규정한 특별법인 증권거래법을 고쳐 소각 절차를 완화하는 방안은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의 정치 상황을 예상하기 어려워 현재로서는 일정을 가늠하는 게 불가능한 상태다.

▼ "10%소각 주가 못띄워" ▼

▽소각규모도 고민〓현대자동차는 자사주 3000억원 어치를 사들이기로 했다. 주가를 7일 종가인 1만5000원으로 가정하면 2000만주를 살 수 있다. 그러나 2000만주는 전체 주식 2억여주의 10%에 불과한 규모.

LG투자증권 관계자는 “현대자동차 주식 수는 유상증자를 통해 97년 4000만주에서 2억여주로 급격하게 늘어난 상태”라며 “주식 수 10%의 매입과 소각은 주가를 끌어올리기에는 약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전체 주식 수에 비해 증시에서 실제 유통되는 물량은 200만주 정도에 불과해 3000억원 어치를 매입한다면 주가에 미치는 충격이 아주 클 것”이라고 반론을 펼쳤다.

담배인삼공사도 소각규모가 최대 난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경영진이 주가를 끌어올리려면 몇 주를 사들여 소각해야 하는지를 놓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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