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 신용카드 시장으로…은행들 총공세

  • 입력 2000년 3월 14일 19시 10분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하는 정부 정책에 힘입어 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신용카드시장을 놓고 은행과 카드사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그동안 신용카드사업을 부수 업무로 여겨온 은행권은 소매금융 강화 추세에 맞춰 신용카드 사업을 적극 확대하는 추세이고 카드사들은 이에 맞서 인터넷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올해초 조직개편을 통해 인터넷뱅킹과 신용카드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한 한빛은행은 최근 김진만(金振晩)행장의 연봉에 두 배 가까운 3억여원의 연봉을 주고 비자코리아 사장을 지낸 이충완씨를 개인고객본부 카드업무 부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이와 함께 앞으로 3∼6개월 동안 세계적 컨설팅업체인 매킨지로부터 신용카드사업 확대방안에 대한 컨설팅을 받은 뒤 인원을 대폭 늘려 별도의 사업본부로 독립시킨다는 계획.

이 은행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카드사업이 은행의 주요 수익원으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소매금융시장을 놓고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한빛은행은 앞으로 카드사업에서 돌파구를 찾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카드사업 확대를 위해 가맹점 공동이용망에 가입을 추진하는 등 독자적인 영업망을 구축하기 위해 준비작업을 벌이고 있다. 다른 카드사에 비해 가맹점 수가 적기 때문에 현재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춘 외환카드를 통해 가맹점 공동이용망에 가입한 상태.

조흥은행은 고객업무부 안에 있던 카드사업부문을 독립시켜 카드사업부를 신설, 외국 카드사와의 전략적 업무제휴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9월 전산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면 비씨카드에 의존하는데서 탈피해 독자적인 카드영업을 할 수 있을 전망. 주택은행도 내년 1월까지 새로운 카드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은행도 늘고 있다. 한미 하나은행은 구매전용카드 시장에 카드사들보다 먼저 뛰어들어 시장을 선점했다. 조흥은행은 그동안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었던 주부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은행계좌의 잔액 범위내에서 신용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는 조흥 캐쉬플러스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작년말 카드사업팀을 만든 서울은행은 회원수를 늘리기 위해 이달부터 회원들을 상대로 추첨을 통해 300만원짜리 주택청약예금 통장이나 TV 김치냉장고 등을 주는 사은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은행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카드사들은 e비즈니스를 강화하거나 외국인 경영진을 선임하는 등 수성(守成)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민카드는 최근 직제개편을 통해 e비즈니스실을 신설, 인터넷 전문금융기관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카드와 LG캐피탈 등은 인터넷상에서 신용카드와 똑같이 사용할 수 있는 버츄얼카드를 개발 중.

최근 미국의 올림프스캐피털과 1380억원의 자본참여 계약을 한 외환카드는 마케팅 신용관리 재무관리 등 주요 본부의 본부장에 외국인 전문가들을 선임하기도 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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