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코스닥시장에 등록하고 싶어하는 업체에 대한 심사. 지금까지 세 차례 회의에서 위원회는 신청업체들의 등록여부 판정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심지어 한 위원은 심사대상 업체와 간접적 이해관계가 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용두사미(龍頭蛇尾)된 엄포〓3월15일 열린 첫 위원회는 31개 업체를 심사해 17개사만 등록을 승인하고 12개사는 기각, 2개사는 보류했다. “어느 정도 시장이 성숙했으니 투자자 보호를 위해 좋은 ‘상품’만 거래되도록 하겠다”는 것이 ‘무더기 기각’에 대한 정의동(鄭義東)위원장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3월29일 두 번째 위원회에서는 25개사를 심사해 16개사를 통과시키고 9개사는 보류했다. 보류는 기각과 달리 약간의 보충자료를 제출하면 다시 심사하겠다는 조치. 위원회가 2주일만에 ‘솜방망이’가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어 4월19일 세 번째 위원회. 신청업체 21개사 중 18개사가 별 무리없이 통과됐고 1개사는 기각, 2개사는 각각 재심의와 보류 판정을 받았다. ‘솜방망이’가 아예 ‘물방망이’로 변했다는 비아냥이 나왔을 정도.
▽너무나 주관적인 심사기준〓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심사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청구서 부실기재 △재무 안정성 △관계회사 위험 △업종성격 등 숫자로 나타낼 수 없는 질적요건 10가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기준이 해당 기업에 줄 수 있는 메시지는 전혀 없다는 평. 예컨대 ‘관계회사 위험에 노출돼 있는 정도가 높은 경우’ ‘주요 조직이 정비되지 않아 관리위험이 높은 경우’ 등은 지나치게 자의적인 척도라는 것.
증시 주변에서는 장세에 따라 심사잣대가 변한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시장이 과열되면 심사를 엄격하게, 침체하면 느슨하게 한다는 것.
정위원장은 “위원간에 ‘공급물량을 조절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 나오긴 했지만 기준이 바뀌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정성도 도마에 올라〓디지털영상보안솔루션 업체인 3r는 연속으로 보류와 재심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위원 중 한 명이 3r와 같은 제품을 만드는 경쟁업체인 성진씨앤씨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3r측은 “특정 위원이 3r의 코스닥시장 입성을 차단하기 위해 꼬투리를 잡고 있다”며 “심사대상 업체와 간접적인 이해당사자가 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코스닥위원회측은 “거론된 위원이 심사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편파적인 언행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한 위원은 “해당 위원이 주식 보유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본지는 20일 해당 위원과 전화접촉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정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재심의 결정 후 이 사실을 알고 해당위원에게 19일에는 참석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지만 또다시 재심의 결정이 나오자 결과적으로 3r만 까다로운 심사를 받아 불이익을 당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경준·이진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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