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모든 사람은 물론 디지털 또는 전기적 특성을 지닌 모든 사물이 네트워크에 연결된다.”(스콧 맥닐리 선마이크로시스템스 회장)
“소비자들은 앞으로 몇 년 안에 예상치 못한 디지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진대제 삼성전자 디지털 미디어 총괄사장)
‘차세대 웹서비스’의 물결이 빠르게 밀려오고 있다.
차세대 웹서비스는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로든 필요한 인터넷 서비스를 쓸 수 있게 한다는 개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야심찬 인터넷 전략인 ‘닷넷’을 통해 실체가 드러나면서 침체된 정보기술(IT) 시장을 살릴 희망으로 떠올랐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를 갖춘 데다 인터넷 이용자가 많아 차세대 웹서비스의 ‘메카’로 주목받고 있다. KT(옛 한국통신) SK텔레콤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이미 주도권 경쟁이 시작돼 차세대 웹서비스 열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
국내 업체들은 차세대 웹서비스를 미래의 기업 환경으로 보고 이 같은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MS와 손잡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MS의 지배력 강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거세지는 ‘닷넷’ 바람〓MS는 ‘닷넷’ 프로젝트로 차세대 웹서비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KT와 전략적 제휴를 발표하면서 닷넷의 본격화를 예고했다. MS의 야심은 운영체제 시장에 이어 거대한 인터넷 환경까지 제패한다는 것. MS는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를 표방, 일반인을 위한 차세대 웹서비스 ‘헤일스톰’을 연내에 선보일 예정. 앞으로 내놓을 제품 이름도 ‘윈도닷넷’, ‘오피스닷넷’ 등으로 바꿔 닷넷을 통합브랜드로 삼을 계획이다. MS의 경쟁사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닷넷의 대안으로 ‘리버티’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MS의 지배력 강화에 반대하는 리버티 진영에는 AOL타임워너 HP 노키아 소니 e베이 다음 등 33개 IT기업이 가세했다. IBM처럼 독자노선 아래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전하진 네띠앙 사장은 “닷넷의 뜻은 좋지만 MS에 대한 기술종속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IT산업의 전환점 될까〓차세대 웹서비스는 IT업계의 불황을 이길 대안으로 기대를 모은다. MS의 닷넷은 인터넷의 불편한 요인을 없애 닷컴 산업의 위기를 극복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현진 한국MS 사장은 “닷넷으로 서로 다른 닷컴 업체의 서비스가 호환되면 수십 곳의 닷컴을 들러야 해결할 수 있던 복잡한 업무도 단번에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닷컴 기업들은 차세대 웹서비스로 전환함으로써 가입자 관리, 인증, 지불결제 등 업무의 부담을 줄여 전체 비용의 30%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보기기 사이의 장벽이 사라지고 어떤 기기로든 인터넷을 손쉽게 쓰게 되면 휴대전화기 PDA 태블릿PC 게임기 정보가전 등 하드웨어 수요도 늘 전망. 이 분야 경쟁력이 강한 한국 업체들로서는 PC시장의 침체를 만회할 기회를 맞는 셈.
삼성전자는 닷넷 서비스용 신개념 제품인 무선휴대PC와 홈미디어센터 등을 내놓았다. 삼성SDS LGCNS 동양시스템스 등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은 차세대 웹서비스 도입에 따른 컨설팅 및 개발업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 정헌화 PIC 사업팀장(상무)은 “하드웨어 시장의 활기는 메모리 수요 증가로 이어져 반도체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변한다〓KT 윤종록 e비즈사업본부장은 “닷넷은 KT의 e비즈니스 추진에 자극제가 됐다”고 말한다. KT는 닷넷 방식의 e비즈니스를 강화해 통신서비스업체에서 향후 10년내에 인터넷솔루션업체로 변신한다는 구상이다.
통신업계에서는 차세대 웹서비스 경쟁이 유무선 통합서비스 분야로 번지고 있다. 무선업체인 SK텔레콤은 유무선 통합포털서비스를 시작했고, 유선업체인 KT는 무선초고속인터넷 및 무선포털을 강화하고 있다.
동부화재는 최근 ‘닷넷’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기업정보포털(EIP)을 열었다.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임직원들이 사내 지식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정보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 것. 이수광 사장은 “생산성 향상, 통신비 절감, 출장비 절감 등의 효과를 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한빛은행 등 금융권, 병원 주유소 학교 등으로 확산되는 닷넷은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으로 불거진 전산시스템 통합문제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제시한다. 한국MS 오세영 차장은 “기업 전산망이 닷넷 기반으로 바뀌면 서로 다른 회사의 전산시스템을 합치는 일도 간단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5년간 인터넷 혁신의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기업 환경과 일상 생활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컴퓨터 황제’ 빌 게이츠의 ‘예측’처럼 기업과 소비자를 둘러싼 인터넷 환경에는 지금 ‘혁신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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