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해외건설 다시 불 지폈다

  • 입력 2002년 3월 18일 17시 37분


현대건설은 18일 이란에서 12억달러(약 1조5600억원) 규모의 가스처리플랜트 4,5단계 건설공사를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18일 이란에서 12억달러(약 1조5600억원) 규모의 가스처리플랜트 4,5단계 건설공사를 수주했다.
장기 침체상태에 빠졌던 해외건설 시장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국제 신인도 추락과 동아건설 퇴출 등으로 해외건설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던 국내 건설업체들이 올 들어 잇따라 대형 공사를 따내고 있다.

한국의 신용평가 등급이 다시 상승하는 추세인데다 현대 대우 등이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해외공사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70년대와 90년대 중반에 이은 세 번째 호황이 오고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올 정도.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해외 건설시장에 대한 정보 네트워크가 무너진 데다 근로자들이 해외근무를 기피하고 있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은 실정이다.

▽잇단 대박이 터졌다〓현대건설은 18일 이란 국영기업과 이탈리아 에너지 개발회사의 합작 업체인 ‘아집 이란’이 발주한 사우스파 천연가스플랜트 4, 5단계 공사를 12억달러에 수주했다고 밝혔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업체가 해외에서 수주한 가장 큰 공사다.

이 사업은 페르시아만에서 추출한 가스를 정제해 에탄, 액화석유가스(LPG) 등을 생산하는 가스플랜트를 페르시아만 인근 아살루예 지역에 건설하는 것.

심현영 현대건설 사장은 “이번 공사는 전액 현금으로 대금을 받는 좋은 조건”이라며 “정식계약 체결 즉시 공사 착수에 필요한 장비 및 자재 구입용도로 8400만달러(한화 1092억원)를 받게 된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은 하루 전인 17일 싱가포르에서 1억8500만달러 규모의 과학단지 조성 공사를, 현대중공업은 이달 초 나이지리아에서 5억8000만달러의 원유터미널 공사를 각각 따냈다.

이처럼 대형공사 수주가 잇따르면서 올 들어 18일 현재까지 수주한 해외건설공사액은 모두 2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0억4000만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건설교통부 최병수 해외건설과장은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올해 수주 목표액 60억달러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복구 시급한 해외건설 인프라〓국내 굴지의 건설업체인 D사는 최근 중동에서 짭짤한 공사를 수주하고도 인력을 충원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회사 안에 지원자가 없을 뿐만 아니라 경험자를 찾으려 해도 이미 퇴사한 상태였기 때문. 이 회사 관계자는 “외환위기 전까지 해외 근무는 건설업체 직원들의 필수 코스였지만 지금은 지원자가 없다”고 털어놨다.

해외 근무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잘못된 인사 관행. 외환위기 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내에 ‘연줄’을 만들지 못한 해외 현장 근무자들이 1순위로 밀려났다. 이에 따라 직원들이 해외 근무를 꺼리고 경험자들은 이미 회사를 떠나 인력 충원이 쉽지 않다.

동아 신화건설 등 내로라 하는 해외건설 전문업체의 도산 이후 와해된 현지 네트워크 복구도 과제다. S건설 해외사업팀 임원으로 퇴직한 임모씨는 “동아건설이 수행한 리비아 대수로 공사는 멀리 떨어진 이집트 신문의 머리기사를 장식할 만큼 중동과 아프리카 일대에서 한국 기업들의 공사능력이 인정을 받았다”며 “하지만 업체들이 줄도산하면서 명성을 회복하기 힘든 상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올해가 70년대 ‘중동 붐’과 97년 특수에 이어 세 번째 해외건설의 호기라고 평가한다. 수주를 가로막았던 한국 업체들의 신인도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데다 세계경제도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4년 동안 손을 놓다시피 했던 해외 수주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와해된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3년이 고비〓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민형 연구위원은 “해외건설은 향후 3년이 고비”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를 위해 세 가지 해결 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고부가가치 분야인 엔지니어링 부문을 발전시켜야 한다. 최근 전세계 해외공사에서 플랜트 부문 수주가 전체의 60%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관리시스템의 체계화도 시급하다. 플랜트 수주가 늘면서 공사 프로젝트가 복잡해지면 관리를 어떻게 체계화하느냐가 원가 절감의 핵심 요소가 된다. 김 위원은 “한국 기업은 건설공사의 기본인 표준 시방서나 매뉴얼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자금 조달(파이낸싱) 능력. 최근 중동에서 발주되는 공사는 대부분 ‘선 자금 후 공사’ 형태로 발주돼 시공사의 파이낸싱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2002년도 국가별 업체별 수주액 (단위:만달러, %)
순위국가별업체별
국가건수금액(비중)업체건수금액(비중)
-22250,000(100.0)-22250,000(100.0)
1이란1120,000(48.0)현대건설2120,700(48.3)
2나이지리아367,000(27.0)현대중공업158,000(23.2)
3싱가포르223,400(10.5)삼성물산630,700(12.3)
4리비아120,000(9.4)대우건설429,700(11.9)
5대만16,600(2.6)롯데건설31,500(0.6)
6필리핀14,300(1.7)삼환기업1500(0.2)
7인도네시아14,100(1.6)대림산업1300(0.1)
8일본31,500(0.6)석원산업1200(0.1)
 기타42,700(1.1)기타18,400(3.4)
자료:건설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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