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전과 비교해 휴대전화기를 장만하려면 부담이 갑절가량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주 26만원이던 16화음 방식 컬러 단말기 구입비가 39만6000원으로 뛰었다. 종전에는 받지 않던 가입비 6만5000원과 선납 요금 3만원까지 합치면 23만원이나 오른 셈. 스무 군데가 넘는 매장을 둘러봤지만 “1주일 전과는 세상이 달라졌다”는 얘기만 들었다.
4월 들어 대부분의 휴대전화 단말기 마련 비용이 2배 가까이 치솟았다. 정보통신부가 휴대전화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한 업체에 대해 영업정지와 형사고발 등 강경한 조치를 내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변칙 보조금’이 일제히 꼬리를 감춘 탓이다.
▽썰렁한 휴대전화 판매시장〓7일 용산전자상가 나진상가 옆 ‘휴대전화 골목’. 휴대전화 매장이 몰려 있어 평소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곳이지만 이날은 한산했다.
“값만 물어볼 뿐 정작 사는 사람은 없어요.” 이곳 매장의 직원 L씨는 지난달에는 평일에도 15∼20대씩 팔리던 휴대전화기가 이달 들어서는 휴일에도 5, 6대밖에 팔리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테크노마트 6층의 휴대전화 매장에도 찬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 B정보통신 L사장은 “지난 달 가격만 생각하고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바가지 씌우는 줄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매장의 직원은 “언제쯤 보조금 단속이 끝날 것 같으냐”고 되묻기도 했다.
휴대전화 업체의 한 관계자는 “대리점이 본사방침을 어기고 할인판매를 계속하면 본사에서 보조금을 준 것으로 오인될 수 있어 자체 단속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춤추는 휴대전화 가격〓최신제품인 삼성전자 애니콜 40화음 컬러단말기(SCH X-290) ‘011’용 모델의 구입가격은 일시불이 54만원, 장기가입에 따른 할인율이 적용되는 할부는 52만8000원 수준. 일시불 39만∼40만원, 할부 37만원이던 지난 달 가격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LG전자의 인기모델인 6만5000컬러 16화음 단말기(SD-1000)는 ‘011’용이 40만7000원. 가입비(5만5000원)와 보증금(1만3000원)은 별도로 내야 한다. 지난 달에는 일시불 21만원, 할부 20만원이면 장만할 수 있던 제품이다. ‘016’과 ‘019’ 등 개인휴대단말기(PCS)는 단말기값과 가입비용을 포함해 전달보다 13만원 정도 오른 39만원가량.
단말기 마련에 대한 부담이 이처럼 요동치는 것은 정부의 단속 강도에 따라 보조금이 생겼다 사라졌다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 정부는 2000년 5월 단말기 보조금을 금지했지만 업체들의 보조금 경쟁은 쉬 없어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단속반의 활동이 뜸한 주말에만 기습적으로 단말기 가격을 내리는 ‘주말 할인’ 현상도 있었다.
▽보조금 다시 고개 들까〓정통부는 보조금을 완전히 없앤다는 목표. 상반기에 관련법을 고쳐 보조금을 준 법인대표를 형사처벌하는 조항도 마련하기로 했다.
정통부 서광현 부가통신과장은 “이동통신업체가 부담한 보조금은 결국 사용자들의 통화료에 전가된다”며 “기존 사용자들이 왜 신규가입자의 단말기값을 부담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정부의 보조금 단속은 또 단말기 과소비를 막으려는 목적도 있다. 보조금 때문에 단말기 교체비용이 크게 들지 않다보니 멀쩡한 단말기를 업그레이드하는 일이 잦다는 것.
서 과장은 “보조금이 다시 기승을 부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단속이 느슨해지면 보조금제도가 살아날 것이라는 시각도 여전히 많다. 보조금을 막으면 휴대전화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것이므로 보조금은 어느 정도 용인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보조금은 △신규 가입자의 부담을 줄여 시장활성화를 돕고 △단말기 및 콘텐츠 등 관련 산업을 자극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이에 따라 일선 대리점, 단말기 제조사, 소비자 등은 보조금이 살아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업체들의 경우 3위 업체인 LG텔레콤은 “보조금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1, 2위사인 SK텔레콤과 KTF는 일정 수준의 보조금 활용을 지지하고 있다.
휴대전화 전문포털 모비즌닷컴의 임성천 팀장은 “보조금 부활 여부는 한두 달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보조금 완전 폐지로 업체들이 누리게 될 반사이익을 소비자에게 돌리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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