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은행-증권사 "뭉칫 돈을 잡아라"

  • 입력 2002년 5월 20일 17시 47분


삼성증권은 다음달 광고를 통해 은행에 ‘공개 도전장’을 던질 예정이다. 준비된 문구는 이렇다.

‘은행에 없는 게 삼성증권에는 있습니다.’

주식거래 수수료에만 매달리는 기존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은행에 뭉칫돈을 맡긴 ‘큰손’들을 뺏어오겠다는 전략이다. 이들을 끌어들이는 데 쓰일 ‘자석’은 ‘차별화된 투자서비스’.

삼성증권은 10월경 본사를 서울 종로구 보신각 맞은편의 삼성종로타워(통칭 국세청건물)로 옮긴다. 증권사들의 아성인 여의도가 아니라 서울시내 한 복판이다. 이에 대해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은 “우리의 경쟁상대는 은행들임을 뚜렷이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삼성’이라는 브랜드 프리미엄을 내세운 삼성의 VIP고객 공략 전략에 은행들도 긴장하는 분위기. 하나은행의 경우 10억원 이상 고액 예금자 2600여명, 평균 잔액 1억원 이상인 계좌가 은행 전체 수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로 ‘고액 자산가를 독식하고 있다’는 질시와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런 하나은행의 김승유 행장도 “삼성이 뛰어든다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큰손’ 끌어들이기 경쟁은 삼성증권과 하나은행만의 일이 아니다. 은행 증권 투신 보험 등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검토하고 있을 정도. 금융가(街)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자산획득전쟁(Asset Gathering War)’이라 부른다.

▽변화하는 금융환경〓이 같은 흐름이 나타나는 것은 고액자산가 계층이 뚜렷한 실체로 부상했기 때문.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개인보유 금융자산은 약 862조원으로 해마다 10%가량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금융자산에 대해 연 1%의 수수료만 받을 수 있다면 연간 8조6000억원이 생기는 셈. 2000년 말 현재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부유층이 14만가구인 데다 금융자산과 연간소득이 각각 1억원 이상인 ‘고액자산가 후보’ 그룹도 6만가구에 이른다는 게 삼성금융연구소의 분석이다.

한국 경제가 선진국형으로 들어서며 정착된 저금리체제도 은행의 정기예금에만 안주할 수 없게 만든 요소이다. 최남철 마이애셋자산운용 전무는 “경제가 안정돼 금리가 떨어지면 자산배분의 중심이 확정금리형에서 리스크를 안은 투자형으로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투자 대(對) 관리〓삼성증권 ‘에프엔 아너스 클럽(Fn Honors Club)’ 광화문 지점은 서울 태평로의 서울파이낸스빌딩 20층에 위치하고 있다. 굳게 잠겨진 문은 예약 고객에만 열리며 8명의 재산관리사(Wealth Manager)가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고액자산가들의 관심분야인 세금 상담을 위해 국세청에서 스카우트한 세무전문가도 대기 중이다.

박대웅 지점장은 “증권사의 장점은 체계적인 시스템에 따라 최고의 자산운용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곳을 찾는 투자자는 우선 16개 분야로 구성된 설문에 답해 투자성향을 점검받고 채권 주식 현금비중을 추천받는다. 투자 성과에 대한 월별 분기별 보고서와 경기 전반에 대한 리포트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

반면 은행들의 차별화된 VIP서비스는 ‘자산 불리기’보다는 △일반고객과는 차별화된 공간(PB센터 등) 제공 △미술 음악 등 각종 문화행사 △결혼적령기 자녀 미팅주선 등 ‘고액자산가끼리의 새로운 공동체(Community) 형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나은행 PB지원팀 김희철팀장은 “생활 속의 동반자가 돼 토털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문제와 해법〓이처럼 증권사는 ‘투자’, 은행은 ‘관리’에 각각 치우쳤다는 분석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정재욱 박사는 “각 금융기관이 자산관리를 내세우고는 있지만 아직은 반쪽일 뿐”이라며 “누가 통합서비스 포트폴리오를 먼저 구성해 시장을 선점하느냐에 승패가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 박 지점장은 “증권사는 꼼꼼함 친절 신뢰감 등에서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에 은행 PB팀원을 스카우트하고 있다”고 말했고 하나은행 김 팀장은 “은행원들은 투자위험을 지는 것을 두려워해 증권사 직원을 데려오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수수료에 대한 정서도 문제. 한국투자신탁 정찬형 상무는 “자산관리의 핵심은 수수료를 받는 데 있다”면서 “수수료를 내고 자산관리 받는 데 대해 아직 거부감이 있어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증권사와 은행의 종합자산관리 비교
삼성증권구분하나은행
운용자산의 0.01∼3%수수료없음
△Fn아너스클럽-4개
△WM영업추진점포-11개
점포△PB센터-15개(골드센터 2개)
△PB영업점-50개
WM(웰스매니저)자산관리인PB(프라이빗뱅커)
새로운 고객층 확보에 주력고객 전략기존고객 중 VIP 선정
운용에 중점
(체계적인 투자시스템을 갖춤)
자산관리
서비스
‘불리기’보다는 기존 자산의 안정적 관리와 서비스 제공
실적상품위주(주식 채권 MMF 수익증권 등)주력상품안전형상품위주(예금-일부 수익증권 등)
·체질적으로 지속적인 신뢰 쌓기에 어려움(단점) ·실적상품에 강함(장점)장단점·신뢰와 인간적 관계에 중점(장점)
·실적상품에 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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