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업계의 시장판도도 LG카드 삼성카드 BC카드 등 3개 업체가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밖에도 국내 산업 전반에 걸쳐 상위 3개 업체가 시장의 70% 이상을 지배한다는 이른 바 ‘빅3 법칙’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한국시장은 정부 규제가 줄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경쟁시장에서의 자연법칙’으로까지 불리는 빅3 법칙은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할 전망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서울사무소 이병남 부사장은 “빅3 법칙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차원에서 확인되고 있는 현상으로 컨설팅업계에서는 이미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한국시장도 이제 성숙단계에 접어들어 이 법칙의 예외지역일 수 없다”고 말했다.
▼ 빅 3 법칙이 적용되고 있는 산업과 해당 기업 | ||
시장범위 | 업종 | 빅3 기업 |
세계 | 항공우주업 | 보잉 |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 | ||
록히드마틴 | ||
화장품 | P&G | |
로레알 | ||
유니레버 | ||
운동화제조 | 나이키 | |
아디다스 | ||
리복 | ||
PC제조 | 컴팩 | |
델 | ||
휴렛팩커드 | ||
휴대전화 제조 | 에릭슨 | |
노키아 | ||
모토로라 | ||
유럽 | 가전 | 필립스(네덜란드) |
톰슨(프랑스) | ||
노키아(핀란드) | ||
식품 | 유니레버(영국·네덜란드) | |
네슬레(스위스) | ||
BNS그룹(프랑스) | ||
한국 | 가전 | 삼성전자 |
LG전자 | ||
대우전자 | ||
조선 | 현대중공업 | |
대우조선해양 | ||
삼성중공업 | ||
정보통신 | SK텔레콤 | |
KTF | ||
LG텔레콤 | ||
일본 | 자동차 | 도요타 |
혼다 | ||
닛산 | ||
전자 | 마쓰시타 | |
소니 | ||
도시바 |
▽왜 하필 빅3인가〓세계적으로 빅3 법칙이 적용되고 있는 사례를 들자면 끝이 없다. 이 법칙 자체가 실제 사례에서 도출된 경험법칙이기 때문. 운동화(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신용카드(비자 마스타 아멕스), 화장품(P&G 로레알 유니레버), 햄버거(버거킹 맥도널드 웬디스) 등이 쉽게 떠오르는 빅3 시장이다.
신철호 산업정책연구원 원장(성신여대 경영학과 교수)은 “1, 2개 업체가 시장을 지배하면 독점이나 담합으로 효율적인 경쟁이 이뤄지지 않아 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반면 4위 이하 기업은 고객의 관심에서 멀어지기 때문에 3개가 경쟁을 통해 최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안정적인 숫자”라고 분석했다.
이런 현상은 소비재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AC닐슨코리아의 소매점 조사사업본부 장재섭 부장은 “브랜드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소비자가 선호하고 기억하는 브랜드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이때 상위 몇 개 브랜드의 영향력은 더욱 강력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시장에서도 확산되는 빅3 법칙〓한국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경쟁시장의 경력이 짧지만 산업 전 분야에서 빅3 법칙은 뚜렷해지고 있다. 자동차 정보통신 컴퓨터 유통 조선 반도체 등 국내 주요 산업이 모두 빅3 시장이다.
외국계 자본까지 들어와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백화점의 사례를 보자.
롯데쇼핑의 매출은 지난해 기준 연간 6조4000억원 규모. 할인점에서 강세를 보이는 신세계는 백화점부문에서만 2조1000억원 정도(할인점 포함 6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매출은 3조5200억원 수준.
지난해 지방백화점을 포함한 백화점 전체시장 규모는 16조1000억원 정도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상위 3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75%를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유통업계는 이들 빅3 주도로 중소백화점 통폐합이 계속되면서 3개사의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관련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AC닐슨코리아의 조사결과 국내 소비재 시장에서 맥주, 세제, 제과, 생리대 등 상당 부분 브랜드에서 빅3의 시장점유율이 전체에서 70%를 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제조업은 물론 금융부문에서도 빅3 법칙이 관철되고 있다. 생명보험에서 이미 삼성 교보 대한생명 등이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손철호 원장은 최근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한 데 이어 우리금융지주회사가 출범하고, 기타 은행간 합병설이 꾸준히 흘러나오는 것도 은행산업이 빅3시장으로 가는 ‘진행형’이라고 해석했다.
▽빅3 외의 기업이 사는 법〓시장이 3개사 위주로 재편된다고 해서 4위 이하 업체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공병호경영연구소의 공병호 박사는 “빅3 법칙이 주는 중요한 메시지는 각 단계에 있는 기업들에 전략적인 포지셔닝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것”이라며 “4위 이하의 업체들은 어중간하게 상위업체들을 흉내내지 말고 수익성 높은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전문기업으로 자리잡아야 생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철호 원장은 “한국은 미국 등 선진국보다 시장규모가 작아 3위 업체의 입지도 매우 어려울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상위 3개사끼리도 더욱 안정적인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매우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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